꽃들의 싸움에 디자인을 불어넣다

    입력 : 2018.02.05 03:01

    동물 그림·팝아트풍 화투 등장, 光 대신 '멍·냥'… 예뻐서 인기

    화려한 색깔로 재탄생한 플라워스(Flo WARS)의 화투.
    화려한 색깔로 재탄생한 플라워스(Flo WARS)의 화투. /N.O.S
    꽃싸움(花鬪)이라는 이름과 달리 화투가 가진 이미지는 아름답지 않다. 낡은 담요, 담배 연기, 구겨진 지폐 같은 것들이 떠오르니까 말이다. 조금 다른 화투도 있다. 익숙한 화투 그림을 재치있게 패러디한 '디자인 화투'들이 눈길을 끈다. 강아지·고양이를 화투짝에 그려넣고 기존 화투 그림을 팝아트풍으로 재해석한다. 이런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빠져나와 실제로 만들어지고 있다. "화투는 칠 줄 모르지만 그림이 예뻐서 샀어요." "외국인 친구에게 선물로 주니 좋아하네요." 소비자 반응은 다양하다.

    디자인 회사 '자매상점'은 2016년 고양이 화투 '냥투'에 이어 작년 강아지 화투 '멍투'를 히트시켰다. 원래 '광(光)' 자가 쓰여 있어야 할 빨간 동그라미 안에 '멍' '냥'이라고 적혀 있다. 옛 일본 서예가가 모델이라는 '비광' 그림에선 남자 대신 강아지·고양이가 우산을 들고 있다.

    'N.O.S'에서 만든 '플라워스(Flo WARS)'는 팝아트처럼 명도·채도가 높은 색상을 다양하게 썼다. 화투의 기원을 살핀 결과다. 디자이너 김지혜씨는 "오래된 일본 화투 그림을 보면 오히려 지금보다 색이 화려하다"며 "시중의 화투는 쉽게 대량생산하려고 색깔 가짓수를 줄여온 것"이라고 했다.

    디자인 화투들은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을 통해 제작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디자이너가 인터넷에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구매자들로부터 모은 돈으로 제품을 만든다. 필요한 만큼만 제작할 수 있어 기발한 물건도 재고 걱정 없이 만든다. '냥투' '멍투'는 모두 최초 목표였던 200만원을 훌쩍 넘어 1800만원 넘게 모았다. 플라워스도 지난해 이 방식을 통해 제작한 화투 500벌이 모두 팔렸고 올해 추석쯤 업그레이드판을 낼 예정이다. 지금 인터넷에선 싸릿대 아래 멧돼지 대신 흑돼지가 들어간 '제주 화투' 제작비도 모금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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