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세브란스 '0' VS 밀양세종 '191' 사상자 극과 극…3가지 기본이 피해 규모 갈랐다

    입력 : 2018.02.03 19:03 | 수정 : 2018.02.04 12:16

    3일 오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로비층인 3층 복도에서 불이 나 300여 명이 긴급대피했지만 단순 연기 흡입 환자를 빼면 사실상 부상자는 ‘0(제로)’였다. 반면 불과 8일 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사망 41명을 포함해 사상자가 191명이나 발생한 최악의 대형참사로 이어졌다.

    세브란스병원 화재와 세종병원 화재는 모두 환자들이 많은 병원에서 불이 난 점, 첫 불씨가 왕래가 잦은 3층(로비층)과 1층에서 시작된 점, 화재 발생 시각이 이른 아침(오전 7시 56분· 오전 7시 25분)이라는 점, 발화 원인이 모두 전기합선으로 추정된다는 점 등 공통점이 많다. 하지만 사상자 수는 극명하게 갈렸다. 왜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3일 오전 7시 56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본관 3층에서 불이 나 2시간여 만에 진압됐다. /최문혁 기자
    두 화재를 비교해 보면 스프링클러·방화문 등 화재 안전 시설의 완비, 신속한 신고 등 적절한 초기 대응, 평소 소방훈련과 매뉴얼에 따른 대처 등 화재 발생에 대응하는 ‘기본안전 수칙’만 갖추면 대형참사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① “스프링클러·방화문 제대로 작동” VS “기본안전 시설 없거나 무용지물”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선 불이 나자마자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물을 뿌렸다. 화재 현장 일대는 물바다가 됐지만 스프링클러는 초기 화재 진화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하자 스프링클러가 작동됐으며, 각 구역별 방화문도 작동해 조기에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세종병원엔 아예 스프링클러와 옥내 소화전이 없어 초기 화재 진화에 실패했다.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 시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41명이 숨지고, 150여 명이 다쳤다. /고성민 기자
    세종병원에선 화염과 유독가스의 확산을 막아주는 방화문도 제 기능을 못해 피해를 키웠다. 1층에는 방화문이 없었고, 2·3·5층(실제로는 4층)에는 양쪽 비상출입구에는 방화문이 설치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경찰은 “화재 당시 강한 불의 열기로 방화문이 뒤틀리면서 틈새로 다량의 연기가 다른 층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② “평소 실전 같은 소방훈련” VS “셀프 안전점검”

    평소 정기적으로 실시한 실전 같은 소방훈련도 제 몫을 했다. 이상길 세브란스병원 대외협력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환자 대피 계획에 따라 화재 발생 시부터 외래와 입원환자에 대한 대피 조치가 시행됐다”고 말했다. 실제 병원 관계자들도 “소방훈련인 줄 알고 그때처럼 했다”고 입을 모았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관내 소방서와 환자까지 모두 대피하는 훈련은 연 1회, 자체 훈련은 따로 연 2회 정도 진행한다”며 “이런 훈련이 이번 화재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4층에서 일하던 김모(55)씨는 “화재 경보가 울렸을 때, 오늘 소방훈련을 하는 줄 알고 교육받은 대로 정해진 대피 장소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입원 환자 성모(61)씨도 “아침 식사 중 불이 났는데, 직원들이 안내를 잘 해줘 크게 당황하지 않고 대피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당시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있었던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방관, 병원 의사, 간호사, 직원들 100% 완전하게 대처한다”며 “신촌세브란스병원 화재관리 최고”라고 글을 적었다.

    3일 오전 7시 56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본관 3층에서 불이 났다. /최문혁 기자
    반면 밀양 세종병원의 소방훈련과 시설 점검은 그렇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밀양 세종병원은 병원 자체적으로 매년 1회 소방훈련을 실시했다.

    또한 스스로 안전을 진단하는 ‘셀프 점검’도 문제로 지적됐다. 연면적 5000㎡ 이하 건물은 소방안전관리자 자격만 있으면 누구나 검사할 수 있는데, 건물주 가족·친인척이나 직원이 아예 자격증을 따고 요식행위처럼 자체 점검했다는 지적이다. 밀양 세종병원은 총무과장이 소방안전관리자로, 최근 3년간 세 차례의 ‘셀프 안전점검’을 해 “문제가 없다”는 결과표를 소방서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③ “매뉴얼대로 신속한 초기대응” VS “신고 늦어 골든타임 놓쳐”
    소방당국에 따르면 신촌세브란스 화재는 이날 오전 7시 56분에 발생했고, 신고는 오전 7시 59분에 이뤄졌다.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한 건 오전 8시 4분이다. 화재 발생 3분 만에 신고가, 그로부터 5분 뒤 출동까지 완료한 셈이다. 총 8분이 소요됐다.

    병원 측은 오전 7시 57분 소방시스템에서 이상 신호가 발견돼 현장에 가서 연기를 확인했고, 소방서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또 오전 8시 2~5분 정도에는 본관 전체에 대피 안내 방송을 했고, VIP 병실이 있는 본관 20층에만 방송이 되지 않아 간호사들이 대피를 유도했다.

    소방당국도 발 빠르게 대처한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은 오전 8시 12분에 소방대응 1단계를, 8시 45분에 소방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소방대응 1단계는 인접 소방서와 장비를 동원해 화재에 대응하는 것이고, 2단계는 2∼5개 소방서를 동원해 화재에 대응할 때 발령한다. 이번 화재에는 소방차 등 장비 95대와 소방인력 등 총 293명이 투입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연기가 많이 나는 상황에서 병실이 많은 대형병원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혹시 모를 대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신속하게 소방대응 2단계까지 발령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세종병원에서는 직원들의 119신고가 늦어 초기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병원 내 폐쇄회로(CC)TV를 보면 오전 7시 25분 처음 1층 응급실 쪽에서 연기가 발견된 뒤 불과 30초만에 1층 전체로 연기가 퍼졌다. 하지만 화재 신고는 7분이나 지난 뒤 처음 접수됐다. 당시 병원 직원들이 소화기를 들고 자체 진화를 시도하게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밀양에선 소방당국의 대응에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 현장에 두 번째로 도착한 소방차의 소화기에서 2분 46초간 물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초기 진압에 차질을 빚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방당국은 이에 대해 “(소방차 살수 기능에) 문제가 있어서 물을 늦게 뿌린 것은 아니다”라며 “차량 성능마다 물이 나오는 속도가 다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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