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선의 워싱턴 Live] "빅터 차 밀어낸 건 NSC 결정 아닌 스티븐 밀러다"

    입력 : 2018.02.03 03:02

    밀러, 빅터 차 성향 문제삼아 반대
    차, 군사옵션 우려하는 글 보내자 NSC도 그와 거리두기 시작

    백악관, 한국 안심시킬 후보 찾기… 해리 해리스·월터 샤프 등 거론돼

    강인선의 워싱턴 Live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지난 연말 차기 주한 미대사 내정자였던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에게 대북 군사 옵션을 위한 주한 미국인 소개 작업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차 석좌의 지인은 "차 석좌가 당시 군사 옵션을 우려하는 견해와 함께 글 몇 편을 첨부해 보낸 이후 NSC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첨부된 글은 존 햄리 CSIS 소장이 지난해 말 쓴 것으로 "워싱턴에서 나오는 한반도 발언이 우려스럽다"는 내용이었다. 또 한 편은 마이클 그린 CSIS 부소장이 대북 군사 옵션을 비판한 글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글은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미 필자들에게 강하게 항의를 했던 일이 있었다. 맥매스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경고가 신뢰를 받으려면 다양한 군사적 방안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시 차 석좌는 대사 공식 지명을 앞두고 이미 정보 브리핑을 받고 있었다. NSC와 연락이 끊어진 후에도 차 석좌는 백악관 인사팀으로부터 "지명이 늦어지고 있을 뿐 문제는 없다"는 답을 들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백악관으로부터 검증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말을 들었다"며 연락해왔을 때 상황이 이상하게 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고강도 검증이 끝난 후에 도저히 나올 수가 없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밀러(왼쪽), 빅터 차
    스티븐 밀러(왼쪽), 빅터 차
    지난달 27일 백악관 인사팀은 그에게 내정 철회를 통보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그는 주한 미대사에 지명된 적이 없다"고 했다. 맞는 얘기다. 공식 지명 직전 내정이 철회됐다.

    차 석좌의 낙마 이유는 제한적인 대북 선제 군사타격 방안인 '코피(블러디 노즈) 작전'에 대한 이견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 석좌도 대사 내정 철회 사실이 알려진 직후 워싱턴포스트 칼럼을 통해 코피 작전의 위험성을 경고해 의견 차이를 확인했다. 하지만 '코피 전략'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과열되고 긴장감이 높아지자, 트럼프 행정부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최근 내부 관계자들을 인용, "코피 전략이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고 전했다. 국무부 대변인도 "최대 압박 전략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자 워싱턴의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선 "차 석좌의 희생이 트럼프 정부의 코피 작전을 약화시켰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차 석좌의 대사 내정 취소 배경에는 NSC가 아니라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 정책 고문이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트럼프의 복심'이라 불리는 밀러는 백악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경 우파로, 트럼프 정치 철학의 대변자이다. 그는 "트럼프에 대한 완벽한 충성을 요구하는 분위기에서 차 석좌가 이 정책에 의문을 제기한 것은 밀러 고문의 눈엔 '충성심 부족'으로 비쳤을 것"이라고 했다.

    차 석좌는 최근 가까운 지인에게 "교통사고를 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이미 검증이 끝나 아그레망(임명 동의)까지 받은 상황에서 문제가 있다는 식의 말을 누군가 퍼뜨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백악관은 급하게 '한국을 안심시킬 수 있는' 후보를 물색 중이다. 현재 호주 대사로 검토중인 해리 해리스 태평양 사령관을 주한 미 대사로 돌리는 방법, 월터 샤프 전 주한 미군 사령관, 에드윈 퓰너 전 헤리티지 재단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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