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왕적 대통령제' 안 바꾸고 '자유민주' 흔들려면 개헌 왜 하나

조선일보
입력 2018.02.03 03:20

민주당 대변인은 1일 당 개헌안과 관련, "헌법에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보다 넓은 의미의 '민주적 기본 질서'로 수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다 야당과 헌법 전문가들이 반발하자 여당은 '실수였다'며 '자유민주'를 유지하기로 했다. 헌법을 바꾸는 것은 국가 최고의 중대사다. '자유민주'에서 '자유'를 빼는 것은 국가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다. 이 중대한 사안을 놓고 집권당이 '실수'를 했다고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들이 개헌 문제를 보는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자유민주'를 뺀 이유까지 설명해놓고 실수라고 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처음으로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뺐다. 정권이 바뀌고 '자유민주'로 회복됐으나 문재인 정부가 다시 이번 중·고생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 시안에서 또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자유'를 뺀 헌법안을 발표한 것을 실수로만 볼 수 있나.

사회민주주의 등 세계 각 체제가 저마다 민주주의를 내세운다. 주민을 인간 이하로 짓밟는 북한조차 자신들을 '인민민주주의'라고 한다. 대한민국 국체인 자유민주주의는 다른 서구 선진 민주 체제처럼 시장경제와 국민의 자유·자율을 토대로 하고 있다. 민주당 대변인이 말한 '(자유를 뺀) 보다 넓은 의미의 민주주의'는 무엇을 말하며 어디를 지향하나.

이번 개헌은 박근혜 탄핵 사태를 겪으며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반성이 모여 국민적 합의를 이룬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개헌안에는 대통령 권력 분산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다. 현 정권은 권력을 잡고선 검찰권을 마음껏 휘두르고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과 한반도기까지 국민 뜻을 무시하고 밀어붙이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지키려고 하나.

개헌은 반드시 해야 한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이미 여러 차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밝혔다. 대통령 권력 분산 없는 개헌은 할 이유가 없으며 여야가 합의하는 부분만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권력 분산과 지방 자치 확대 외에 다른 논란거리를 만드는 것은 개헌을 방해하는 행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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