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흔드는 신종 우울증 '비트코인 블루'

입력 2018.02.02 03:02

희망 걸고 투자했다 폭락에 패닉… 상대적 박탈감·허무감 호소
돈 다 날리고 극단적 선택하기도

부산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이던 대학생(21)이 지난 31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서가 없어 정확한 동기는 알 수 없다. 작년부터 가상 화폐 투자를 시작해 한때 원금의 10배를 벌었지만, 최근 가상 화폐 폭락으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 화폐에 투자한 2030 세대 가운데 최근 가격 급등락으로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비트코인 블루'라고 불리는 우울증이다. 사소한 것에 분노가 폭발했다가 갑자기 무기력해진다. 불면증이나 집중력 저하, 식욕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가상 화폐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우울증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한다. 지인이 가상 화폐로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할걸' '그때 투자했다면 나도 수억을 벌었을 텐데'와 같은 후회를 하게 된다. 백종우 경희의료원 교수는 "나보다 열심히 사는 것 같지도 않은 친구가 큰돈을 벌었다는 말에 삶의 의욕을 잃는 것"이라고 했다. 박종익 강원대 교수는 "젊어서 큰돈을 쉽게 번 경험을 하면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뭐할까'라며 허무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2030 세대는 비트코인 우울증에 더 취약하다. 신용욱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취업난 등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이 유일한 탈출구라 생각하고 투자했지만, 모든 것을 잃으면 정신적으로 패닉(공황) 상태가 온다"고 했다. 가격 등락 폭이 크다는 점도 가상 화폐가 심각한 우울증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다. 가상 화폐는 하루에 20~30%씩 급등락하는 일이 잦다. 그만큼 감정 기복도 심해진다는 것이다. 24시간 거래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불면증에 걸리기도 한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감정이 불안정해지고 충동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도 비트코인 우울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가상 화폐는 정부의 정책 발표나 공무원의 말 한마디에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내린다. 유희정 서울대 교수는 "나의 노력은 아무 소용 없다고 느끼면서 우울증이 찾아올 수 있다. 가상 화폐 투자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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