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영세 근로자가 최저임금 불이익 적다

    입력 : 2018.02.02 03:02

    [노동계, 최저임금에 상여금·수당 넣으면 영세근로자 불리하다는데…]

    '노동연구원 보고서' 분석
    상여금·수당 적은 저임금 근로자, 산입범위 확대해도 영향 적어

    "대기업·중소업체 임금차 줄 것"

    최저임금 산정에 상여금이나 수당을 포함하면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국책연구소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는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해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노동계 주장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산입 범위 확대, 임금 격차 줄여"

    1일 노동연구원이 분석해 최저임금위에 제출한 '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를 위한 기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에 상여금·수당을 포함해 산입 범위를 확대할 경우 최저임금 인상으로 혜택을 받는 근로자 비율(영향률)의 변화가 소규모 사업체일수록 적었다. 규모가 작은 사업장 근로자는 수당·상여금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하더라도 인상 혜택이 줄어드는 근로자 비율 변화가 적다는 의미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에 따라 혜택받는 근로자 비율 외
    사업체 규모별 감소 폭을 보면, 1~4인 사업체는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수당을 포함하면 최저임금 인상 때 월급 인상의 혜택을 받는 근로자 비율이 38.9%에서 35.1%로 9.7% 줄어들었다. 반면 300인 이상 대기업은 4.6%에서 2.1%로 변화 비율이 53.7%로 나타났다.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산입 범위가 확대되면 영세·대기업 근로자 간 격차가 지금보다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최저임금은 기본급과 직무 수당 등 매월 정기·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급여만 산입 범위에 포함한다. 상여금·숙식비·교통비 등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처럼 산입 범위가 좁다 보니 일부 중견·대기업에선 기본급은 최저임금 수준인데 상여금과 수당이 많아 근로자 연봉이 4000만원 이상인 경우도 적지 않다. 경영계가 "최저임금은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 향상을 위한 제도인데, 산입 범위가 좁아 고소득 근로자가 반사 이익을 본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이유다.

    본지가 한 음향 기기 제조사의 생산직 근로자의 급여를 분석한 결과, 이 근로자는 지난해 기본급으로 최저임금 수준인 월 146만8000원을 받았지만, 상여금(월 138만원)과 수당(월 50만원)을 합한 월급은 333만7000원이었다. 올해 최저임금이 월 157만3770원으로 오르면서 이 근로자는 기본급에 연동되는 수당·상여금도 올라 월급이 357만1000원으로 인상된다.

    고용 형태별로는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에 따른 영향률 변화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별 분석에서도 임금이 낮은 저임금 근로자일수록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에 따른 영향률 변화가 적었다. 노동연구원은 최저임금위원회에 "저임금 근로자가 집중 분포하는 소규모 사업체,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에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가 끼치는 영향이 상당히 적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민노총 "산입 범위 확대 원천 저지"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를 원천 저지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1일 올해 두 번째로 열린 최저임금위 전원회의가 파행으로 끝난 것도 산입 범위 확대 추진이 영향을 미쳤다. 이날 회의는 9명 전원이 참석한 근로자 위원(노동계 대표)들이 어수봉 위원장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해 회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끝났다. 이들은 어 위원장이 최근 언론에 최저임금 산입 범위의 확대 필요성을 피력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 산입 범위 조정 등 최저임금 제도 개선안을 확정하려던 최저임금위 계획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수당·상여금 등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으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기업 근로자 임금까지 오르는 편승 효과를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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