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더 당당해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를 응원하는 문구를 적은 손 글씨. 2030 세대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치·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하나의‘놀이’가 되어가고 있다.

요즘 소셜 미디어엔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 응원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인스타 그램에는 응원 문구를 손 글씨로 적어 찍은 사진이 '#metoo' '#withyou'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수만 건 올라왔다. 성(性) 문제뿐 아니다. 평창올림픽도 2030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

김모(35)씨는 지난 27일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외친 뒤 거칠게 체르니 곡을 연주하는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씨는 "정부의 평창올림픽 관련 정책에 대한 불만을 피아노 연주로 표현했다"고 했다. 유튜브에는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고 야유하는 '평창유감'이란 제목의 랩이 화제였다. 평창올림픽을 바라보는 젊은 세대의 반감을 재치있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6일 만에 조회 수 78만을 기록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정치·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것이 2030세대 사이 하나의 '놀이'로 자리 잡고 있다. 1980~90년대에 대자보가 있었다면 이제는 인터넷 소셜 미디어에 랩, 피아노 연주, 사진 등 다양한 형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밝히는 식이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엄숙하기만 했던 한국 정치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생활 정치'로 변하고 있다"며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 생일을 홍보하기 위해 돈을 모으거나 평창올림픽을 조롱하는 랩을 만드는 등 자신의 정치 견해를 하나의 놀이처럼 즐기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2030=정치 무관심'이란 공식은 지난겨울 촛불·태극기 집회를 전후해 무너지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행위가 정치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정치 효능감을 젊은 층이 얻었다는 것이 전문가들 얘기다. 실제로 지난 대선 투표에서 20대 투표율은 76.1%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18대 투표율(68.5%)에서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학과 교수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정치적 경험을 한 젊은 세대가 소셜 미디어란 채널을 이용해 자기 의견을 활발하게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가 놀이처럼 가벼워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미투 캠페인에 참여한 직장인 강지혜(24)씨는 "단지 한때의 유행이 아니다. 친구들끼리 모여서도 우리 사회와 정치 문제를 자연스럽게 나누게 돼 즐겁다"고 했다. 김석호 교수는 "'그들만의 리그'였던 정치에 젊은이들이 관심을 갖고 의사를 표현하는 건 매우 바람직한 변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