問於農夫(문어농부)

조선일보
  • 이한수 books팀장
    입력 2018.02.02 03:02

    [books 레터]

    이한수 books팀장
    이한수 books팀장

    사람은 두 유형이 있답니다. '나는 늘 잘한다'는 사람과 '늘 못한다'고 여기는 사람. 돌아간 문학평론가 김현 글에서 읽은 적 있습니다. 정신건강은 뻐기는 사람이 더 좋겠네요. 좀 재수 없지만요.

    세종처럼 대단한 업적을 남긴 임금은 자신감 넘치는 인물이었을 듯한데 그렇지 않았다네요. 노심초사하며 자책하는 시간이 많았답니다. 형님(양녕대군) 대신 자격 없는 자신이 임금이 되어 정치를 잘하지 못한다고 많이 괴로워했답니다. 재위 7년째인 1425년 7월에는 '20년 이래 최악의 가뭄'을 맞습니다. 세종은 궁궐 밖으로 나갑니다.

    "이날 행차에 호위군관 한 명만 거느리고 임금이 쓰는 홍양산과 부채를 쓰지 않았다. 벼가 잘되지 못한 곳에 이르면 반드시 말을 멈추고 농부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問於農夫]."('세종실록' 7년 7월 1일)

    세종은 농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간절히 물었습니다. 박현모 여주대 교수는 '세종의 적솔력'에서 이 일화를 언급하면서 "현장에 답이 있다"고 풀이합니다. 현장에서 얻은 방안을 신료들과 함께 의논하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네요.

    books팀에는 책과 독자 여러분이 현장입니다. 이번 주 차린 '책상'을 정답이라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 독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문어독자(問於讀者)' 하면서 조금씩 나아가기를 기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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