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로 연결된 블록… 새로운 돈의 시대 여나

조선일보
  •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입력 2018.02.02 03:02

    책으로 읽는 블록체인과 돈의 미래

    신뢰로 연결된 블록… 새로운 돈의 시대 여나
    일러스트=박상훈
    새해 벽두부터 가상 화폐 광풍(狂風)이 덮쳐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가상공간, 곧 인터넷에서 통용되는 돈인 가상 화폐는 2008년 10월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온라인에 공개한 '비트코인: 피투피(P2P : peer-to-peer) 전자화폐 시스템'이라는 논문에서 태동했다. P2P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피어(참여자)끼리, 곧 개인과 개인 사이에 직접적으로 거래하는 방식을 뜻한다.

    P2P 네트워크에서 사용되는 전자화폐가 비트코인이다. 2009년 1월 나카모토가 처음 만들어낸 비트코인은 누구나 발행하고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된 가상 화폐다. 정부가 발권하고 금융기관이 관리하는 화폐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비트코인은 역사상 최초로 분산화(decentralized)된 돈인 셈이다. 나카모토는 이런 분산화폐를 만든 이유로 공공기관의 정보 독점 체제를 꼽았다. 개인의 정보는 샅샅이 정부·은행·기업에 노출되지만 이런 기관의 내부 정보는 철저히 은닉된다. 하버드대 사회학자 소사나 주보프가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라고 명명한 기존 체제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금융기관의 통제를 받지 않고 누구나 서로 직접 거래하면서 접근성과 투명성이 완벽하게 보장되는 화폐 제도가 등장한 것이다.

    나카모토는 가상 화폐의 거래 정보를 저장·관리·검증하는 기술로 블록체인을 창안했다. 블록(덩어리)은 가상 화폐 거래 내용의 묶음, 체인(사슬)은 블록을 차례차례 연결하는 것을 뜻한다. '블록을 서로서로 잇따라 연결한 모음'을 의미하는 블록체인은 일종의 거래 장부다. 거래 내용을 중앙컴퓨터에 저장하는 금융기관과 달리 블록체인에서는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거래 참여자(피어)의 컴퓨터에 거래 기록의 사본이 각각 저장되므로 참여자는 누구나 거래를 확인할 수 있다. 거래 장부를 분산해서 관리한다는 의미에서 블록체인은 '분산거래장부'라고 불린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2015년 10월 31일 자에서 블록체인을 '신뢰기계(trust machine)'라고 명명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기계가 사람 대신 사회적 신뢰에 기반한 거래를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신뢰기계로서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은 '블록체인 혁명'(을유문화사), '블록체인노믹스'(한국경제신문), '블록체인 거번먼트'(알마)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비트코인은 가장 우수한 가상 화폐이지만 한계도 있다. 우선 1초당 처리되는 거래량이 미미하다. 다수의 분산장부(블록체인) 기록자들이 시시각각 이뤄지는 거래 내용을 암호화해 장부에 저장하면 장부 관리의 대가로 새 비트코인을 받게 되는 이른바 '채굴' 과정에 전력이 과도하게 소모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는 비트코인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차세대 가상 화폐인 트레이드코인(Tradecoin)을 개발 중이다. 트레이드코인은 첨단 암호 기술로 만들어져 국제 거래를 비트코인보다 훨씬 쉽고 안전하며 적은 비용으로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규모 국가, 기업, 심지어 농부들이 연합해 트레이드코인을 사용하면 국가 화폐 제도와 맞먹는 효율성과 신뢰도가 담보될 것으로 여겨진다. 비트코인과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으로 설계된 트레이드코인이 출현하면 기존 금융질서가 붕괴될 전망이다.

    블록체인 기술로 기존 화폐제도가 도전을 받게 되면서 돈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 저술가 찰스 아이젠스타인이 돈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신성한 경제학의 시대'(김영사)에 주목할 만하다.

    이번 가상 화폐 광풍은 돈이 단순한 경제 수단이기보다는 사람 마음을 흔들어놓는 괴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블록체인에 대하여…

    신뢰로 연결된 블록… 새로운 돈의 시대 여나
    블록체인 혁명

    돈 탭스코트, 알렉스 탭스 코트 지음|을유문화사 | 2만5000원

    블록체인 기술의 의미와 본질을 설명하고 그로 인해 바뀔 미래 세상을 정치적·경제적·사회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 제2의 인터넷이 될 것임을 역설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을 모두 뒤바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블록체인 경제의 설계 원칙 일곱 가지도 제시한다.

    신뢰로 연결된 블록… 새로운 돈의 시대 여나
    블록체인노믹스

    오세현·김종승 지음 | 한국경제신문|1만7000원

    새로운 신뢰 기술인 블록체인이 금융 혁명의 차원을 넘어 각종 기업 활동에서 거래의 혁명을 일으키는 미래의 경제체제를 블록체인노믹스라고 정의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모든 경제 활동에 적용되면 궁극적으로 신뢰사회가 이룩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펼친다. 블록체인노믹스로 산업과 사회경제의 구조를 혁신하고 재설계하는 청사진을 제시한다.

    신뢰로 연결된 블록… 새로운 돈의 시대 여나
    블록체인 거번먼트

    전명산 지음|알마 | 1만7000원


    개인의 신뢰에 가장 큰 가치를 두는 새로운 사회적 기술인 블록체인이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와 정부 같은 공적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전제하면서 한국 사회, 특히 관료제 조직을 모두 바꿔놓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령 관료제 기능의 상당 부분이 블록체인 기술로 대체되면 지금보다 훨씬 투명하고 효율적인 정부가 탄생한다는 것.

    신뢰로 연결된 블록… 새로운 돈의 시대 여나
    신성한 경제학의 시대

    찰스 아이젠스타인 지음 | 김영사|1만5000원>

    사회철학자인 저자는 고대 선물경제부터 현대 자본주의까지 화폐의 역사를 추적하고 화폐제도가 인류에게 어떻게 소외·경쟁·결핍·공동체 파괴·끝없는 성장을 갈구하게끔 만들었는지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결국 자본주의의 화폐제도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주장하면서 돈이 선물·기부·공유 같은 착한 행동을 촉진시키는 이른바 신성한 경제를 정립할 것을 제안한다.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