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지나간 한 편의 영화

조선일보
  • 정상혁 기자
    입력 2018.02.02 03:02

    인생, 지나간 한 편의 영화
    인생극장

    노명우 지음ㅣ사계절 | 448쪽ㅣ1만7800원

    "연극으로 알지 않는다면 이 괴로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답니까? 그런데 오늘 밤 우리는 인생극장의 연극배우인 동시에 구경꾼이기도 합니다."

    1948년작 영화 '독립전야'의 대사는 저마다 역할극을 벌이고 있는 모든 필부필부와 이 세계의 은유일 것이다. 극장은 당대를 설명하는 연구 자료가 된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세상을 뜬 '그저 그런' 자신의 부모를 기억하기 위해 그들이 달뜬 얼굴로 시청했을 1920~1970년대 흥행 영화를 뒤적여 대신 자서전을 써내려간다.

    인생, 지나간 한 편의 영화
    일제강점기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중국과 일본을 거쳐 파주 미군 기지 근처에 정착해 US 달러를 모았던 아버지, 서울 창신동 가난한 집 막내딸로 태어나 고아가 되고 전후 기지촌 미장원에서 양공주들 머리를 말았던 어머니의 삶이 당대 영화에 담긴 세속의 풍경과 겹쳐진다. 아버지의 고향 농촌 마을을 상상하기 위해 그 무렵의 다큐멘터리 영화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1925)를 들여다보고, 보통학교의 추억을 추적하기 위해 '수업료'(1940)를 꺼내보는 식. 어머니는 '또순이'(1963) 속 주인공처럼 장한 여성상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점검하고, 두 사람은 '로맨스 빠빠'(1960)가 제시하는 화목한 중산층 가족을 꿈꾸는 동시에 문화 영화 '유쾌한 삼형제'(1964)가 묘사한 청와대 세 자녀의 모습을 '희망 독본'(讀本) 삼아 살아간다.

    영화 속 대사는 그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이를테면 '표류도'(1960)의 다방 마담 현희의 다짐 같은 것. "외로움 이전에 나는 살아야 한다. 전기요금, 수도요금, 각종 세금, 이자 돈…. 그리고 불쌍한 내 식구들."

    불이 꺼지면 이제 모두는 저마다의 인생극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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