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반까지 투자 난리… 軍 '가상화폐와 전쟁'

    입력 : 2018.02.01 03:39

    [간부 상대 정신교육… 병사이용 '부대 PC방' 접속 차단]

    최근 월급 오른 병사들 투자 과열 "전역할 땐 거액 돼 있을 것" 기대
    간부들 훈련 중에도 시세표 확인 "사행성도 아닌데 왜 금지하나"

    육군에 근무하는 한 중사는 요즘 수시로 스마트폰으로 가상 화폐 시세표를 본다. 수개월 전 가상 화폐에 넣은 300만원이 한때 1000만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폭락했다. 그는 "훈련 중 나도 모르게 자꾸 휴대전화를 꺼내서 확인하게 된다"고 했다.

    최근 가상 화폐에 투자하는 군인들이 늘면서 각 부대 지휘관들이 간부를 대상으로 "가상 화폐에 투자하지 말라"는 내용의 정신교육을 시행 중이다. 일부 부대에서는 병사들이 이용하는 사이버지식정보방(부대 내 PC방) 컴퓨터에서 가상 화폐 거래 사이트 접속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군(軍)이 '가상 화폐와의 전쟁'에 나선 것이다.

    /일러스트=김성규

    지난 16일 국방부는 군인의 가상 화폐 거래에 대한 제한 조치 마련을 예고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가상 화폐 거래 등 인터넷에서 금전 거래하는 것은 업무에 지장을 주고 전투준비태세 확립에 방해가 된다. 훈련 간 군기 확립에도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부대 내 PC방'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면 "음란 유해 사이트와 사행성 도박 사이트 등을 차단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가상 화폐(비트코인) 거래소 사이트'도 15일 이후 순차적으로 차단 예정"이라는 경고문이 뜬다. 가상 화폐 거래소 사이트를 사행성 도박 사이트처럼 본다는 것이다.

    최근 월급이 오른 병사들이 가상 화폐 투자에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요즘 병장 월급은 40만원 정도다. 어떤 병사들은 이미 월급을 가상 화폐에 투자해 놓고 '전역할 때쯤엔 거액이 돼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실시간으로 가격을 확인하기도 어려운 병사들은 더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공군 상병은 "군 생활을 하며 차곡차곡 모은 월급을 가상 화폐에 '올인'했다"며 "아무래도 뉴스에 더 촉각을 세우게 되고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사이트 접속은 막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투자를 완전히 막긴 어렵다. 장교나 부사관들은 개인 휴대전화로 투자할 수 있다. 병사들도 휴가 때 투자할 수 있다. 육군의 B 대위는 최근 혹한기 훈련을 하면서도 틈만 나면 시세표를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고된 훈련을 마치고 눈을 붙이러 침낭 안에 들어가서도 나도 모르게 휴대전화를 꺼내 가격을 확인했다"고 했다.

    군 내부에서도 투자 금지 조치에 대해 혼란이 있다. 가상 화폐에 대한 정의가 아직 명확하지 않고, 사행성이 있는 불법행위와 같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합의가 없기 때문이다. 군인들 사이에선 "금융권 종사자도 아닌데, 아예 접근하지 말라고 하니 불만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중대장은 "주식 거래도 할 수 있는데, 내가 병사들에게 가상 화폐 거래를 하지 말라고 제재할 수 있는 건지 의아하다"고 했다.

    가상 화폐는 주식과 달리 24시간 동안 가격이 요동치고 있어 일부 간부는 온종일 휴대전화를 붙잡고 있기도 한다. 가상 화폐에 관한 언론 보도나 정부 발표가 나오면 가격이 급등·급락해 투자자들은 실시간으로 확인하게 되고 훈련 등에도 지장을 받는다는 지적이다.

    병사들과 달리 개인 휴대전화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사회복무요원들도 문제가 되고 있다. 기관에서 이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가상 화폐 가격을 확인하느라 온종일 휴대전화를 붙잡고 있는 요원들도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각 기관에서 사회복무요원들에게 가상 화폐 투자를 자제시키기도 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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