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美대사 1년째 공석인데 철회 사전통보도 못받아… 곤혹스러운 한국

조선일보
입력 2018.02.01 03:03

북핵 문제 등 놓고 민감한 시기… 韓美 조율 중요한데 공백 장기화
文정부·백악관 간극 커질 수 있어

우리 정부는 31일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의 주한 미국대사 내정 철회 보도와 관련, "확인해 줄 내용은 없다. 미국 정부가 설명할 사안"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다른 나라 정부의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외교 관례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북핵 문제 등을 놓고 한·미 간 조율이 중요한 민감한 시점에 주한 미국대사의 공석(空席) 상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내부적으로는 곤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아그레망(임명동의)을 부여한 후 한 달이 지나도록 공식 발표가 나지 않더니 (낙마) 우려가 현실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가 작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에 맞춰 퇴임한 뒤, 주한 미국대사관은 1년 이상 마크 내퍼 대사 대리의 대행 체제로 움직여 왔다. 주한 미국대사가 1년 이상 공석인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1955년 9개월간 공석이었던 것이 최장으로 알려져 있다.

백악관이 새로운 대사 후보를 아무리 빨리 찾아 지명하더라도, 미 의회 인준 절차 등을 고려하면 실제 부임까지는 수개월이 더 걸릴 전망이다. 이웃 국가와 비교해도 주한 미국대사의 공석 상태는 두드러진다. 테리 브랜스테드 주중 미국대사는 작년 6월 말, 윌리엄 해거티 주일 미국대사는 작년 8월 중순에 이미 부임했다.

특히 우리 정부는 차 석좌가 '대북 제한적 예방 타격' 등 문제에서 백악관과 이견을 보이다 낙마했다는 점에 당황하고 있다. 백악관의 대북 기류가 예상보다 훨씬 강경하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외교소식통은 "차 석좌의 낙마는 남북 대화를 통해 북·미 대화를 견인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와 백악관 사이에 간극이 커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보유를 포기하고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끝까지 핵과 ICBM을 모두 갖겠다고 하면 대북 타격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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