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도시, 온기 품은 벽돌이 돌아왔다

조선일보
입력 2018.02.01 03:03

손으로 쌓아올려 따뜻한 느낌… 쌓는 방식 따라 형태도 다양

벽돌 건물은 옷으로 치면 뜨개질한 스웨터쯤 될 것이다. 손품의 흔적과 온기가 느껴진다. 손으로 짠 스웨터를 보기 힘들어지듯이 콘크리트나 유리처럼 세련된 소재에 밀려 건물에 벽돌이 잘 쓰이지 않았다는 점도 비슷하다.

벽돌이 돌아오고 있다. 벽돌 건물이 도시 곳곳에 속속 들어선다. 진동에 약하다는 약점 때문에 벽돌로만 쌓은 건물은 거의 지어지지 않지만, 철근·콘크리트 등으로 뼈대를 잡고 벽돌로 겉을 마감한 건물은 늘어나는 추세다. 건물 쓰임새도 다양해진다. 건축가 황두진이 2015년 서울 강남대로에 15층 벽돌 빌딩을 지었고, 건축가 최시영은 경기 안산 반월공단에 벽돌로 공장을 지어 작년 유명 디자인상인 독일 레드닷어워드에서 본상(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을 받았다.

안쪽으로 살짝 말려들어간 입체적 곡면을 벽돌로 구현한 뮤엠사옥 입구(왼쪽 사진).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는 베이지색 벽돌로 마감하고 한쪽은 벽돌 간격을 떨어뜨려 변화를 줬다.
안쪽으로 살짝 말려들어간 입체적 곡면을 벽돌로 구현한 뮤엠사옥 입구(왼쪽 사진).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는 베이지색 벽돌로 마감하고 한쪽은 벽돌 간격을 떨어뜨려 변화를 줬다. /사진가 노경·윤준환

건축가들은 벽돌이 '인간적인 재료'라고 말한다. 손으로 들어 옮겨 손으로 쌓기 때문에 따뜻한 느낌을 준다는 뜻이다. 서울 성수동에 지난해 완공한 '헤이그라운드'는 지상 8층짜리 사무용 건물. 외장재로 베이지색 벽돌을 썼다. 성수동 일대에 많이 남아 있는 옛날식 붉은 벽돌 건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도 돋보인다. 설계를 담당한 '디자인캠프문박 디엠피' 윤석로 소장은 "벽 일부는 벽돌 간격을 조금씩 띄워 쌓는 '비워쌓기' 방식을 써서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이렇게 그물처럼 만든 벽은 최근 벽돌 건물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이기도 하다. 꽉 막힌 느낌을 덜어줄 뿐 아니라 외부의 시선과 빛을 적당히 걸러 주는 효과도 있다.

경기 파주출판단지에 지어진 뮤엠교육 사옥은 벽돌이 다양한 조형적 실험이 가능한 소재라는 걸 보여준다. 검은 벽돌을 외장재로 쓴 이 건물은 벽 일부가 마치 흘러내린 옷자락처럼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바닥과 이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건물 출입구 역시 살짝 젖힌 커튼처럼 입체적 곡면으로 만들었다. 금속 구조물로 먼저 모양을 잡은 뒤 벽돌을 하나씩 쌓아 이런 곡면을 만든다. 장영철 건축가는 "벽돌을 직물처럼 쓴 건물"이라고 표현했다.

벽돌이 늘어나는 현상은 단열 방식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요즘 건물들은 단열재를 벽체 바깥에 붙이는 방식(외단열)이 많다. 벽 안에 단열재를 대면 그만큼 실내 면적을 차지하고 열효율도 낮아지기 때문. 외단열 건물은 대개 단열재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마감재를 쓴다. 이때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게 벽돌이다. 벽돌은 추억과 감성을 자극하는 소재인 동시에 논리적이고 기술적인 귀결이기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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