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각) 연두교서 연설에서 북핵 문제에 상당 시간을 할애하면서, 앞으로도 대북 제재를 강화할 뜻을 재차 시사했다. 특히 북한 정권을 잔인하게 자국민을 억압하는 타락한 정권이라고 비난하며 북한 인권 문제를 대북 압박의 고리로 활용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80분의 연설 중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총 7번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연설 초반에 “북한의 무모한 핵미사일 추구는 빠른 시일에 우리 본토를 위협할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압박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대의 압박 캠페인을 펴고 있다”면서 “우리를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었던 과거 행정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북한 핵개발에 대해 ‘매파 개입론자’로 여겨졌던 빅터 차의 이날 ‘주한 미국 대사 내정 철회’ 소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에 이목이 쏠렸었던 가운데, 그는 ‘로켓맨’ 등 과거처럼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과격한 단어 사용을 쓰는 것은 자제하고, 정제된 단어로 북한을 비판했다.

이번 연설에서 주목할만한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꽃제비’ 출신 탈북자 지성호 씨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북한 정권이 도덕적으로 타락(depraved character)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점이다. 북한 인권과 북핵 문제를 동일선상에 두고, 기존 연설 때와는 달리 북한의 인권 문제를 조목 조목 비판했기 때문이다. 백악관 역시 별도로 설명자료를 내고 지씨의 사연을 알리는 데 공을 들였다.

탈북자 지성호씨가 목발을 올려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탈북자 지성호씨의 소개가 끝나자 지씨는 목발을 높게 치켜세워 올리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잔인한 독재정권’이라고 부르는 한편, “그 어떤 정권도 잔인한 북한 독재자 만큼 자국민들을 완전히 그리고 잔인하게 억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북한 정권의 타락상을 살펴보는 것만이 미국과 우리 동맹국들에 가해질 수 있는 핵 위협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지난 2002년 1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악의 축’ 연설 때처럼 강도 높게 비난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 직전까지 사담 후세인의 인권 문제를 부각시켰던 점을 감안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북한 인권을 고리로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