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내달 4일 금강산 남북 합동 문화 행사를 일방 취소한 가운데 정부는 30일 마식령스키장에서 열리는 남북 공동 훈련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밤늦게까지 공식 발표를 하지 못했다.

이날 오전 통일부는 북한에 전통문을 보내 금강산 행사 일방 취소에 대해 유감 표명을 했다. '어렵게 남북 관계 개선의 첫발을 뗀 상황에서 남북 모두 상호 이해와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합의 사항을 반드시 이행해야 된다'는 내용이라고 통일부 당국자는 밝혔다. 청와대는 북한의 취소 통보에 곤혹스러워하면서도 다른 일정들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일단 지켜보자"고 했다.

그러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저녁 본지 통화에서 "(마식령스키장 합동 훈련과 관련) 북측과 조율할 사항은 없다"면서 "미국과의 시차 때문에 최종 조율이 늦어지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조율을 마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밝힌 '미국과의 조율'은 항공기를 이용한 우리 선수단 방북과 북한 선수단의 우리 국적기 탑승이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에 저촉되는지를 놓고 한·미 간에 이견(異見)이 해소되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미국은 북한에 다녀온 선박과 비행기에 대해 미국 내 입항을 금지하고 있는데 항공사까지 제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마식령스키장을 김정은 체제 선전에 활용하는 것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 선수단 및 지원·취재단이 세부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결국 미국과의 '조율'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단을 포함한 방북단은 이날 밤늦게 강원 양양으로 이동했다.

미국이 양해해 마식령 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우리 선수단 등은 31일 오전 10시쯤 양양공항에서 전세기를 타고 북한 갈마비행장에 도착하게 된다. 갈마비행장에서 버스로 마식령스키장으로 이동해 훈련을 진행하고, 다음 날 전세기로 귀국할 계획이다. 공동 훈련 뒤 귀환할 전세기에 평창올림픽에 출전할 북한 스키 선수 등도 타고 올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