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의 광화문 현판 또 바뀐다, 이번이 4번째

조선일보
  • 유석재 기자
    입력 2018.01.31 03:05

    [8년전 복원 때 고증 잘못… 검은 바탕에 금박 글자로 내년 교체]

    盧정부때 '박정희 글씨 떼내자' 2010년 광화문 복원하며 黑字현판
    당시 균열 일고 "색깔 이상하다" 문화재청 부실복원 논란 못 피할듯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光化門) 현판이 또 한 번 바뀐다. 광복 이후로만 네 번째 현판을 달게 된 파란만장한 역사다. 문화재청은 30일 "광화문 현판의 원래 색상이 검은색 바탕에 금박(金箔·금빛 나는 물건을 얇게 눌러서 만든 것) 글자라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현재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된 현판을 떼고 새 현판을 달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2010년 복원한 현재 현판이 균열 현상을 겪은 데 이어 고증 자체가 잘못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 '부실 복원' 논란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門化光'→'광화문'→'門化光'

    문화재청이 내년 상반기 새로 걸 예정인 광화문 현판의 개념도. 검은 바탕에 금박 글씨다. 아래는 2010년 광화문 복원 때 걸린 현재의 광화문 현판.
    문화재청이 내년 상반기 새로 걸 예정인 광화문 현판의 개념도. 검은 바탕에 금박 글씨다. 아래는 2010년 광화문 복원 때 걸린 현재의 광화문 현판. /이태경 기자

    광화문은 1395년(조선 태조 4년) 창건됐으나 임진왜란 때 불타 버렸다. 현재 흑백사진으로 남아 있는 광화문 현판이 처음 제작된 것은 조선 고종 초기 경복궁 중건(1865~1868) 때 일이다. 훈련대장이자 중건 책임을 맡은 임태영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光化門'이라는 한자 글씨를 썼다. 이 광화문이 경복궁의 정문 역할을 제대로 한 건 60년 정도에 불과했다. 1927년 일제는 총독부 청사를 짓기 위해 경복궁 여러 곳을 헐어내고 광화문을 경복궁 동문인 건춘문 북쪽으로 옮겼다. 제자리를 잃어버린 광화문은 6·25 전쟁 때 폭격을 맞아 소실됐다.

    광화문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1968년이다.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경제성장기의 분위기를 상징하듯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재건됐다. 새 광화문에는 박 전 대통령 친필인 '광화문'이라는 한글 현판이 걸렸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박정희 글씨를 떼내자'는 주장이 제기됐고, 2006년 시작된 광화문 복원 공사로 콘크리트 건물은 통째로 헐렸다.

    8년 만에 "이 색깔이 아니었네"

    2010년 복원된 광화문에는 임태영 글씨를 복원한 '光化門' 현판이 걸렸다. 그러나 가로 3.9m, 세로 1.5m에 이르는 이 대형 현판은 복원 2개월 만에 아래위로 균열이 일어나 비위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는 갈라진 틈을 보수해놓은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색깔이 이상하다'는 의견도 곳곳에서 제기됐다. "근정전·근정문·흥례문 같은 다른 경복궁 현판은 검은색 바탕에 금색 글씨를 썼다"는 주장이다. 당시 문화재청은 "도쿄대(1902년), 국립중앙박물관(1916년) 소장 유리건판 사진을 보면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가 맞는다"고 맞섰다. 흑백사진에는 글씨가 바탕보다 훨씬 어두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6년 글씨가 바탕보다 밝아 보이는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소장 광화문 사진(1893년 무렵)이 나타나면서 다시 논란이 시작됐다. 사진을 촬영한 각도에 따라 검은색보다 밝거나 어두워 보이는 글씨라면, 그것은 혹시 금색이 아닐까?

    문화재청은 지난해 뒤늦게 이 현판에 대한 '과학적 분석'에 뛰어들었다. 중앙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흑백사진과 동일한 광화문 현판 색상을 찾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바탕색 4가지(흰색·검은색·옻칠·코발트색)와 글자색 5가지(흰색·검은색·금박·금칠·코발트색)를 넣은 가설 현판을 만들고 다른 각도와 날씨에서 촬영했다. 1년 만에 '검은색 바탕에 금박 글씨'라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10년 가까이 엉뚱한 현판을 걸어놓은 셈.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은 "논란이 처음 일었을 때도 '과학'이란 게 있었을 텐데 문화재청이 너무 늦게 대처했다"며 "문화재 복원 문제에선 훨씬 더 정밀하게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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