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초간편 13시간 운전면허… 이제 손질할 때가 됐다

조선일보
  • 허억 가천대 국가안전관리대학원 교수
    입력 2018.01.31 03:07

    허억 가천대 국가안전관리대학원 교수
    허억 가천대 국가안전관리대학원 교수
    "한국에서 받은 13시간짜리 운전면허 갖고는 베이징에서 차를 몰 수 없게 해야 합니다."

    며칠 전 중국에서 만난 베이징자동차운전학원연합회 회장의 말이다. 그는 "우리는 70시간 이상 교육받고 힘들게 면허를 따는데 어떻게 13시간 만에 면허를 주느냐"고 했다. 중국에선 중국인이 한국 면허증을 따 와도 추가로 학과 시험에 합격해야 중국 면허증으로 바꿔준다. 겉으론 "한국과 도로교통법이 다르기 때문"이라지만 '13시간 면허증'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담긴 차별이다. 우리의 13시간은 학과 3시간, 장내 기능 4시간, 도로 주행 6시간이다.

    한국의 운전면허 교육은 1996년 이후 60시간이었다. 폭증하는 사고를 줄이기 위해 경찰청이 일본 제도를 벤치마킹해 강화했다. 그런데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이 "면허 취득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간소화하라"고 지시해 절반으로 줄어든 후 이듬해 다시 30시간도 많다며 13시간으로 축소했다. 그 결과 중국인들이 "한국 가면 이틀이면 면허 딴다"며 관광을 겸해 몰려 오고 "한국 면허는 원숭이도 딴다"는 비아냥의 대상이 됐다.

    비판이 고조되자 정부는 재작년 손질에 나섰으나 교육 시간은 그대로 둔 채 평가 항목만 조정하는 데 그친 상태다. 반면 일본은 현 제도를 57년간 유지 중인데 학과 26시간, 장내 기능 15시간, 도로 주행 19시간으로 구성됐다. 교육은 세 가지로 양질의 운전자를 기르기 위한 심성 교육, 운전 능력 교육 그리고 고장·사고 등 긴급 상황 시 대처 교육이다.

    얼마 전 정부는 "5년 안에 교통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부실한 면허제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 이것이 사고 증가에 미친 악영향에 대한 검토도 없다. 전문가들 의견을 들을 것도 없이 13시간 면허제가 젊은 층과 저소득층의 환심을 사기 위한 포퓰리즘의 산물임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모든 일이 '좋은 게 좋은 것'일 순 없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안이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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