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시작이 반? 끝내야 진짜" 美출판계 ‘짐캐리'의 작심삼일 악몽 깨기

입력 2018.02.03 03:00 | 수정 2018.06.14 20:30

‘두려움'은 시작을 막지만, ‘완벽주의'는 끝을 거부한다
시작만하고 성과 못낸다면, 문제는 ‘두려움' 아닌 ‘완벽주의’

미국의 베스트셀러작가이자 인기 라이프코치인 존 에이커프(Jon Acuff). 통찰력있고 유쾌한 메시지로 출판계의 ‘짐 캐리'라 불리며 수백만 명의 독자를 사로잡은 동기부여전문가. ‘피니시'로 ‘끝내기의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사진=존 에이커프
새해 계획의 92%는 실패로 돌아간다. 100명 중 겨우 8명만 계획을 끝까지 실천한다는 얘기다. 세상은 거의 시작할뻔한 사업, 거의 끝낼 뻔한 다이어트로 가득하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새해에 가장 불성실한 덕담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의 새해 결심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작심삼일'의 악령이 틈만 나면 내 귓속에 ‘오늘 하루 정도는 괜찮아’라고 속삭이지만, 문제없다. 아침 기온이 영하 16도로 떨어질 때도, 미세먼지가 최악이 수준일 때도 나는 꿋꿋하게 걸었다.

스마트폰의 건강데이터는 내가 오늘도 집에서 회사까지 왕복 10.11km를 1만4천523걸음을 걸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땡큐! 존 에이커프!

모든 것은 존 에이커프의 ‘피니시'에서 시작됐다. 존 에이커프는 미국의 유명한 라이프 코치이자 작가다. 시작만 하고 끝내지 못하는 ‘작심삼일 환자들'을 위해 ‘피니시'라는 책을 썼다. 존 에이커프가 책에서 제시한 몇 가지 솔루션은 간단하다.

목표를 절반으로 줄이고, 그 목표에 재미를 더하며, 어떤 목표는 나중으로 미룰 것.

이 간단해 보이는 솔루션은 그가 2016년 봄, 멤피스 대학교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얻어냈다. 실험 참가자 850명을 대상으로 새로운 방법으로 목표 달성에 도전한 결과 기존보다 목표 달성률이 27% 높아졌다. 성취를 극적으로 끌어올린 계기는 심적 부담을 줄이는 것이었다. 존 에이커프가 온라인에 개설한 ‘도전 30일 프로젝트'에서도 이미 수만 명의 사람들이 이 간단한 솔루션을 통해 얻은 성과를 ‘간증’했다.

따져보면 존 에이커프의 솔루션은 새롭지 않다. 우리가 그동안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성공의 디테일이 바로 ‘큰 성공을 이루기 위해선 작은 성취의 반복이 중요'하며, ‘열심히 일하는 자가 즐기며 일하는 자를 당할 수 없다'가 아니던가. 하지만 그 두 가지를 결합해서 목표 달성에 접목한 경우는 없었다.

단순하고 실용적인 메시지와 유쾌한 입담으로 ‘미국 출판계의 짐 캐리’라 불리는 존 에이커프를 인터뷰했다. 그는 일찍이 두 권의 저서 ‘시작하라(Start)’ 와 ‘그만두는 사람들(Quitter)’로 아마존,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에서 베스트셀러작가로 등극한 후, 예정된 페달을 밟듯 ‘피니시(Finish)’를 출간했다.

‘피니시'는 출간 즉시 미국 언론과 작가들의 극찬을 받았고, 국내 출간 후에도 새해 결심을 이루려는 의지에 가득 찬 독자들의 지지를 받고 순항 중이다.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됐다. 태평양을 건너온 재미난 답변은 새해 첫 해돋이만큼 기자를 기쁘게 했다.

그 자신, ‘끝내기의 허당'에서 조금씩 ‘끝내기의 달인'으로 성장해 나갔다고 증언하는 존 에이커프.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은 동기부여를 위해 악용되는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했습니다. ‘끝내기주의자'인 당신이 새로 속담을 만든다면 어떻게 바꾸고 싶은가요?

“시작은 재미있다. 하지만 미래는 끝내는 자의 것이다. 시작만 반복하는 일은 한 편의 영화도 제대로 못보고 예고편만 반복 시청하는 것과 같습니다.”

-목표 달성의 적은 완벽주의라고 했는데, 완벽주의가 그토록 목표달성에 방해가 되는 건 왜죠?

“나는 2013년에 ‘시작하라(Start)’는 책을 썼어요. 소파에서 당장 일어나라고 독자들을 다그쳤어요. 사업을 시작하라고, 다이어트에 돌입하라고, 책을 쓰기 시작하라고 외쳐댔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두려움의 유령에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더 무서운 유령은 ‘완벽주의'였어요. 완벽주의는 어렵게 시작한 사람들의 정신을 망가뜨려요.”

-완벽주의는 어떤 식으로 사람들의 의지를 꺾습니까?

“실수를 부풀리고 성과는 축소하죠. 작은 실수 하나로 내가 형편없는 사람이 된 것처럼 느끼게 해요. 담배를 한 개비쯤 피웠다고, 하루쯤 늦게 일어났다고 순결한 목표가 무너지지 않아요. ‘작심삼일'을 이기려면 나흘째부터 불완전해지는 자신을 용서해야 합니다. 우리가 되려는 건 무결점의 우주선 조종자가 아니라 범퍼카 운전사 정도예요. 자신을 과장하고 신화화하는 우를 범하면 안 됩니다. 불완전한 상태를 인정하고 내성을 키워 다시 시작해야죠.”

-완벽주의의 실체는 어디까지입니까?

“자신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모든 과도한 이상주의를 포함합니다. 가령 조깅 시작도 전에 운동화 3켤레와 기능성 의류를 사는 등의 과도한 장비 마련, 비현실적이리만치 이상적인 목표, 몇 번 실수했다고 냉큼 포기해버리는 경솔한 태도 등이죠.”

-하지만 당신 자신도 과거 ‘끝의 부재' 속에 살았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맞아요. 저조차도 한번 흐름이 끊기면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검은콩이 몸에 좋다고 해서 12일 동안 줄기차게 먹다가 13일째 하루 빼먹으면, 그 뒤론 마트에서 검은콩은 쳐다도 보지 않는 식이었죠. 한 달 동안 줄기차게 120㎞를 뛰다가, 그 뒤엔 아예 잘 걷지도 않는 극단주의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나 자신이 싫어지는 그 불편한 감정을 딛고 계속 목표를 이어가는 게 중요해요. 장애물을 만나면 방향을 약간씩 틀어보면서요.”

-목표를 절반으로 줄이라는 조언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도 된다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실제로 많은 사람이 자기 한계를 넘어서는 과장된 목표를 세우곤 어찌할 줄 몰라 해요.”

다산북스에서 출간된 ‘피니시'. 존 에이커프는 책에서 원대한 목표를 설정한 기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한다.
-애초에 불가능한 크기의 벅찬 목표를 설정하는 건 왜입니까?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계획의 오류’라는 말을 썼습니다. 예컨대 목표를 완성에 필요한 시간을 예측하는 데 ‘낙관주의적 편향’이 작동한다는 거죠. 당장 목표에 흥분한 뇌가 근미래의 행동력을 과신하는 거죠. 일례로 심리학자 로저 뷸러가 학생들에게 논문을 끝내는 데 걸리는 예상 시간을 내라고 했어요. 학생들은 34일을 예상했지만, 최종적으로 56일이 걸렸어요.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한 데드라인에도 마감하지 못한 학생이 절반이 넘었어요.

문제는 목표의 크기를 잘못 설정하면 기존의 좋은 습관도 망가뜨리게 된다는 겁니다. 실내 사이클을 몇 번 타본 내 친구는 철인 3종 경기에 나간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가 실패하자 헬스클럽 운동조차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예요. 리더가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면 조직원들은 사기가 꺾입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도전 30일 프로젝트’에서 9일째 되는 날, 참가자들에게 목표를 절반으로 줄일 것을 권했더니, 90%가 목표 달성을 위한 열망이 강해졌다고 했다. 5kg 감량 목표를 2.5kg 줄이자, 3kg을 뺄 수 있었으며, 그 승리의 기억으로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었다고. “헬스클럽 트레이너들은 좋아하지 않겠지만, 목표를 절반으로 줄인 참가자들은 과거보다 63% 이상 높은 성과를 달성했어요.”

-하지만 작은 목표를 세우고 그것마저도 해낼 수 없었을 때 더 참담한 기분을 느끼지는 않을까요?

“그렇지 않아요. 목표의 크기와 실망의 크기와 비슷합니다. 목표가 크면 클수록 실망도 거대해져요. 가령 책을 쓰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실패하면, 책을 읽는 것조차 흥미를 잃어요. 친구에게 감사 편지를 쓰겠다는 정도의 계획을 세웠다가 실패한다면, 상처는 크지 않아요. 단언컨대 내년에 문학상을 타겠다는 목표보다 하루에 블로그 포스팅 한 개만 올린다는 목표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줍니다.”

-천재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후천적인 끈기와 열정으로 도달하는 것이라는 앤젤라 더크워스의 ‘그릿' 정신이 사실상 일반인에겐 별 효과가 없었다는 발견도 흥미로웠어요.

“‘그릿주의자들’은 타고난 투지가 성공 키워드임을 주창하며 “치고 나가야 한다"고 외칩니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시피 인간은 근본적으로 게을러요. 엔젤라 더크워스의 ‘그릿 테스트'를 해보고 그 사실을 확실히 인지했죠(웃음). 열정과 끈기가 수치화된 낮은 점수를 보니, 단지 그 테스트를 끝낸 것만으로 자부심이 들 정도였어요.”

그는 책에서 ‘그릿’에 다가가기 위해 기상 시간을 1시간 앞당기고 에너지 드링크를 마셔댔으며 인생 상담 코치를 고용하고 온갖 슈퍼 푸드를 챙겨 먹었다고 했다. 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과다한 카페인으로 눈 떨림 증세만 더해졌을 뿐. 결론은 위인전에나 나올 법한 위인들의 삶을 닮으려고 아등바등 애쓰는 것보다 도전 그 자체를 즐겁게 해나갈 방법을 찾는 게 더 낫다는 것.

작가인 동시에 인기 강연자로 활동하는 존 에이커프. 그러나 스스로는 강연이 매우 공포스러우며, 자신은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회피 동기의 산 증인이라고 한다.
-목표에 재미를 더하라는 거죠?

“맞습니다. 앤젤라 더크워스의 ‘그릿’은 정말 훌륭했지만 ‘그릿’을 통해 내가 깨달은 건 재미의 중요성이었죠. 다들 목표에서 멀어지면, “더 노력해"라고 자신을 추궁하지만, 그 순간이야말로 당신이 기쁨을 추구해야 할 때예요. 나를 위한 당근을 준비할 때죠.”

-당근은 보상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사실 저는 보상보다는 공포를 동기로 움직이는 사람입니다만.

“공포는 모든 비범한 사람들이 친구입니다(웃음). 공포 동기로 움직이는 사람은 재난을 회피했을 때 느끼는 감정 자체가 동기가 될 수 있어요. 가령 나는 연사로서 청중을 기쁘게 하는 게 아니라, 불쾌하지 않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강연을 끝내고 공항에 주차해둔 차에 올라탔을 때죠. 언젠가부터 나는 출장을 갈 때마다 렌터카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나에게 보상을 주고 있어요. 최신 볼보 차량은 15달러, 캐딜락은 20달러의 추가비용이 들었어요. 작은 보상이지만 효과는 대단했죠. 공포든 보상이든 목표에 재미를 더하면 더할수록 달성 가능성은 확실히 커집니다.

보상 동기로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취향과 기쁨에 대해 잘 파악해야 해요. 사소한 듯해도 보상은 지친 나를 부추겨 다시 달리게 합니다. 내가 아는 한 여성은 자기에게 딱 맞는 다이어트 보상 차트를 만들어 크게 재미를 봤어요. 1kg 감량하면 등이 파인 원피스, 2kg 감량하면 스팽글 재킷 등으로 보상 전체를 목록화했지요.”

-목표를 줄이고 재미를 더했는데도 포기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죠?

“혹시 목표를 추구하는 데 장애가 되는 불필요한 환경이 없는가를 점검해보세요. 나는 책을 쓰는 일에 몰두하기 위해 TV에 관해서 멍청해지기로, SNS에서 멀어지기도 결심했어요. 이메일을 매일 체크하던 버릇도, 정원 손질의 즐거움도 당분간 포기했죠. 모든 일을 다 잘 해낼 수 없으니까요. 신경과학자 조시 데이비스 박사는 ‘하루 24시간 몰입의 힘'에서 이를 ‘전략적 무능'이라고 했어요. 워킹우먼이 청소까지 잘 해낼 수 없으니 그 부분은 신경쓰지 않기로 하는 거죠. 잠시 미뤄둘 것의 목록을 작성해보세요.”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페이스북을 비활성화로 돌려놓거나 당분간 만나지 않아도 좋을 친구 세 명의 이름을 몰래 적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관계중심 사회에서 그런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습니다.

“괜찮아요. 당신의 주변 관계를 일거에 끊어버리라는 말이 아니에요. 잠시 중단하는 것뿐. 예를 들면 데드라인에 정확히 맞추기 위해 오늘 아침 커피 한잔을 건너뛰는 정도예요. 자신을 좀 적당히 풀어두세요. 관계도 목표도 나를 위해 있는 것이지, 그들을 위해 내가 있는 게 아니니까요.”

마지막으로 존 에이커프가 중요하다고 강조에 강조를 거듭한 것은 ‘데이터 확인'이었다. 그 자신, 지난 1년 동안 그가 출간한 책의 판매 데이터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유는, 진실을 마주하기 두려웠기 때문. 심각한 질병이 발견될까 두려워 병원에 가길 거부하는 사람의 심리랄까.

그는 “데이터를 무시하는 건 중요한 소식을 알리러 온 전령을 죽이는 것과 같다”고 했다. “데이터를 무시한다는 것은 당신이 마주한 상황을 부정하는 일이다. 모르는 게 축복은 아니다.” 맞는 말이다.

나는 체중계의 디지털 숫자가 정확히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수치에 머문 후에야(심지어 탈의실 열쇠도 무게를 더할까 던져버린 후에야), 사태를 파악했다.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콜레스테롤과 당뇨 위험 수치를 확인한 후에야 ‘걷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낙관적인 시절은 막을 내렸지만, 데이터의 목소리를 들어야 더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멀리해야 할 때도 있다. 그는 시각장애인을 예로 들었다. 시각장애인 운동선수는 도우미에게 오르막이 나타나도 알려주지 말라고 부탁한다. 오르막을 볼 수 없으면 덜 힘들게 그곳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표 달성도 마찬가지. 중간 지점에 이르면 남은 지점을 헤아리기보다 ‘얼마나 멀리 왔나’ 뒤를 돌아보는 것이 목표 완주에 심리적으로 이롭다고.

방송에 나와 목표에 어떻게 재미를 더하는가를 설명중인 존 에이커프.
-그 밖에 ‘끝내기’를 위해 우리가 꼭 깨달아야 할 진실이 있습니까?

“가장 중요한 건 관계의 가치를 깨닫는 겁니다. 잘 끝내기 위해서는 당신 인생에서 당신을 지지할만한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것이 중요해요. 반복해서 자신의 작품을 깨부수던 한 예술가는 “더는 부수지 마!"라는 친구의 한마디에 파괴적인 습관을 멈췄습니다. 내가 믿는 친구가 나에게 ‘파도치는 바다에 스스로 내몰지 말라'고 충고한다면 그 말이 지닌 위력은 대단합니다.”

-이제까지 한국인들은 자의반 타의반 극심한 경쟁 속에서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만큼 단기간에 높은 성장을 이뤄냈지만, 지금은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요. ‘목표 없이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삶'을 지향하는 젊은이들도 많아졌죠.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우리가 목표라는 단어를 인식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목표에 둘러싸여 살아갑니다. 내가 좇기를 거부한다고 해도 목표는 사라지지 않아요. 내가 10시 정각에 잠들고 싶다면 그것이 매일의 목표예요. “왜 자야 하지"라고 묻지 않아도 그 루틴이 삶의 과제인 것처럼. 아이러니하지만 목표 없이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삶도, 그런 삶을 목표로 하루하루를 점검해야 누릴 수 있다는 거죠.”

-마지막으로 ‘끝내기’를 통해서 당신은 인생에 어떤 기쁨을 얻었습니까?

“1년 동안 하프 마라톤 훈련을 했고 성공했어요. 끝까지 해내는 일을 몇 번 반복하고 나자 저는 굉장히 자유로운 사람이 됐습니다. 목표의 크기에 억눌리는 법 없이, 그것을 현실 과제로 전환할 수 있게 됐어요. 신뢰할만한 성취 감각이 내 몸에 밴 것입니다. 이보다 더한 기쁨이 또 있을까요.”

완벽주의를 몰아내기 위해 목표를 작고 쪼개고, 탄력적으로 수정하고, 무엇보다 재미있게 만들라는 존 에이커프의 충고를 나는 순차적으로 따라 했다.

가령 처음부터 목표를 절반으로 줄여 전철역 몇 개 구간만 걸었다. 1개월 정도 탄력이 붙은 후 3개의 신호등, 1개의 낮은 언덕, 그리고 지하 보도로 이어지는 전 구간을 걸었다. 도보가 익숙해지자 스마트폰으로 단편 소설과 드라마 성경 등을 다운받아 좀 더 즐겁게 걸었다. 그렇게 매일 아침 걸어서 회사 출입 카드를 찍을 때마다 하루 치의 자긍심이 충전됐다.

어쩌면 스타트만큼이나 피니시가 중요한 것은 그 시간동안 내가 나라는 타인에게 신뢰감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나를 믿어가는 것'만큼 행복한 경험은 매우 드물다. 완벽주의는 타고난 교만으로 ‘전부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나를 무력화시키지만, 실수해도 결국은 성장할 거라고 믿는 관대한 어머니처럼, ‘끝내기'는 딱 반발자국 앞서서 나를 이끈다. 끈기 있고 기분 좋은 독려, 앞으로 나가는데 그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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