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못생긴 시골빵, 죽기 전 맛봐야 할 음식이랍니다

입력 2018.01.30 03:02

NYT '세계 최고의 빵' 극찬한 美 빵집 대표 채드 로버트슨
첫 해외 지점으로 한국 선택
"왜 만드는 법 모두 공개했냐고요? 이젠 더 혁신적인 빵 만들어야죠"

낮 기온이 영하 8도까지 떨어진 지난 28일 서울 한남오거리 새로 문 연 빵집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섰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타르틴 베이커리(Tartine Bakery)' 첫 해외 점포다. 이 빵집은 뉴욕타임스가 '세계 최고의 빵'을 만든다 했고 외식 가이드 저갯서베이는 '샌프란시스코 최고의 빵집'이라 칭했으며 허핑턴포스트는 '죽기 전 맛봐야 할 미국 25대 음식'으로 꼽았다.

시골빵(Country Bread)은 이 가게의 대표 선수다. 옛날 유럽 농민들이 주식으로 먹던 커다란 빵에서 영감을 얻었다. 서울점 오픈을 위해 방한한 빵집 대표 채드 로버트슨(47)은 "이 빵을 만나고 나서 요리사에서 제빵사로 진로를 틀었다"고 했다.

"CIA(미국 유명 요리학교) 졸업 직전이던 1992년 '특별한 빵을 만드는 빵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어요.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버크셔 마운틴 베이커리'였죠. 검정에 가까운 갈색 껍질의 구수함, 껍질을 쪼개면 올라오는 시큼한 향, 쫀득하고 달큼한 맛이 어우러지는, 완전히 다른 빵이었어요. 그 집에서 일하면서 '요리사는 많으니 나는 빵을 구워야겠다'고 결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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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공개 이유요? 다들 따라 만드니 긴장해서 다른 빵을 개발하게 되니까요.” 타르틴 베이커리의 채드 로버트슨 대표가 ‘시골빵’을 들고 말했다. 그는 레시피를 모두 공개해 ‘빵 혁명’을 일으켰다. /박상훈 기자

그렇게 미국과 프랑스에서 2년을 수련하고 1994년 캘리포니아로 돌아와 샌프란시스코 근처 작은 마을 포인트 레예스에 소박한 빵집을 열었다. 8년 동안 빵집을 운영하며 자신이 생각하던 빵 맛을 찾아갔다. 그의 시골빵은 유럽 전통 빵처럼 천연발효종(유산균과 효모의 공생 배양물)으로 천천히 숙성시키지만, 훨씬 더 수분이 많고 부드럽다. 한국 술빵과 식감이 비슷하다. 그는 "이렇게 만들어야 소화가 잘되고 속도 편하다"고 했다. 로버트슨은 2002년 샌프란시스코 현재 자리로 빵집을 옮겼다.

타르틴의 빵은 항상 따뜻했다. 한 시간마다 계속 구워냈다. 지금은 이런 빵집이 흔하지만 당시에는 아니었다. 제빵사는 밤을 꼬박 새워 빵을 구운 뒤 퇴근하는 게 보통이다.

"오븐에서 갓 나온 빵 맛이 최고예요. 기존처럼 하면 아침 손님만 따뜻한 빵을 먹을 수 있었죠. 저는 저녁 시간에 맞춰 식빵을 굽고, 다른 빵은 매시간 따뜻하게 구워냈습니다."

2010년에 발간한 요리책 '타르틴 브레드'에서 그는 천연발효종 만드는 법부터 빵 굽는 법, 응용 요리법까지 남김없이 노하우를 공개했다. 대표 브랜드인 시골빵 만드는 법만 38페이지나 된다.

덕분에 이제 천연발효종을 이용한 시골빵은 미국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미국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2016년 "5년 전만 해도 시골빵은 타르틴만의 명물이었지만, 지금은 하나의 운동(movement)으로 성장했다"고 보도했다. 로버트슨은 비법을 모두 공개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레시피를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혁신적인 레시피를 또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벗어난 적이 없는 그는 해외 첫 가게로 아시아에서도 한국을 골랐다. 로버트슨은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텍사스에 살던 어린 시절 태권도를 배웠어요. 한인 친구들 집에서 한국 음식을 많이 먹었죠. 텍사스에서도 한국처럼 바비큐를 즐겨요. 김치와 시골빵은 발효가 핵심이란 공통점이 있고요. 한국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얻어갈 것 같아요." 그는 이미 막걸리로 발효한 빵을 시험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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