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가?

조선일보
  • 김대중 고문
    입력 2018.01.30 03:17

    저자세 親北 외교, 엇박자 對美 외교, 비굴한 親中 외교, 역주행 積弊 청산
    국민들, 현 정부에 본질적 의문 품어… 非核化 없이 남북 대화 집착하고
    미국을 '장애물'처럼 취급한다면국민 불안·두려움 더 부추길 것

    김대중 고문
    김대중 고문

    문재인 정권 8개월을 겪어보면서 사람들은 묻기 시작했다. '나라와 국민을 도대체 어디로 끌고 가려는 것인가?' '북한과 무엇을 어디까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미국은 이 땅을 떠나는 것인가? 그러면 이 땅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북한의 계속적인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전쟁의 불안감에 휩싸였던 국민은 시간이 흐르면서 비로소 이 정권의 본심과 나라의 진로에 대해 본질적 의문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의 올림픽 참여에 모든 것을 건 듯 남북 대화에만 매달리며 저자세를 마다하지 않은 친북 외교, 미국과의 관계에서 고비마다 엇박자를 내는 탈(脫)동맹적 외교, 사드 배치를 두고 비굴하리만치 머리 숙인 친중 외교, 포퓰리즘의 전형인 각종 임금·세금·복지 정책에 올인하며 이른바 적폐 청산에 나선 역주행과 과속 질주 등은 일관된 공통 지향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의 지대한 관심은 크게 두 가지에 모인다. 하나는 대북 문제다. 이 정부의 궁극적 대북 목표는 무엇인가? 남북 대화를 '바람 앞의 촛불' 지키듯 지켜달라고 애원(?)하다시피 하는 대통령의 언행에서 사람들은 문 정부의 '남북 관계'에 대한 무서운 집착을 본다. 이 집착에 북한의 '비핵화'는 보이지 않는다.

    대화에는 대화가 지향하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정부는 대화 목표를 명시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 그래서 의문이 생긴다. 이 정부의 대북 기조는 남북 공존인가? 남북 연방제를 염두에 둔 것인가? 아니면 통일인가? 이 모든 것을 의미한다면 먼저 군사적 대치가 해소돼야 하는데 '군사'에는 입도 벙긋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 이 정부가 어떤 생각과 비전을 갖고 나라를 어디로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해 적어도 개념적으로라도 알 권리가 있다. 태극기를 접고 한반도기를 내거는 명분이 무엇인가? 한·미의 합동 훈련은 접으면서 북한의 군사 열병에는 열심히 대변인 노릇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우리는 이처럼 머리를 조아리며 누추하고 비루한 자세를 반복하는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알고 싶은 것이다. 바람에 꺼질세라 안절부절못하는 북한 집착과 이것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아부의 진풍경으로 보는 '태극기 세력' 간의 인식 차이를 일반 상식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다.

    또 하나의 관심 영역은 미국과의 관계다. 한·미 간의 작금 상황은 거의 모든 면에서 엇박자로 가고 있다. 문 정부는 입으로는 동맹을 언급하면서 속으로는 미국이 마치 이 정부의 '남북' 노력에 장애물인 양 취급하고 있다. 올림픽 이후 한·미 합동 군사훈련의 지연, 미 함정의 부산 입항 거절 등 과거라면 있을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문 정권의 궁극적 대미(對美) 노선과 방향이 무엇인지 묻고 싶은 것이다. 이제 상황은 '긴밀한 대미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의미 있는 남북 대화'를 이어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북핵 제거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우리의 양다리 정책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이 정부는 선택의 기로에 몰리게 될 것이다. 문 정부는 미군 철수를 감수하면서까지 종국적으로는 '북한으로 가는 길'을 택할 것이라는 점이 우리를 두렵게 만들고 있다.

    문 대통령의 선택이 '핵을 가진 북한'이라면 미국도 대한(對韓) 정책의 방향을 틀 것이 분명하다. 실용주의자 트럼프는 한·미 동맹이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동맹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 원하지도 않고, 미국으로서도 얻는 것보다 주는 것이 많은 '동맹'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 정부는 정말 미국이 이 땅을 떠나는 것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국민 앞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

    모름지기 한 나라의 대외 정책이나 안보 상황은 자로 잰 듯이 선이 그어지는 것도 아니고 또 내용을 명확히 드러내는 것이 반드시 자국에 유리한 것이 아님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문재인 정권이 혁명하듯 과거의 모든 정책과 노선을 틀어 반대 방향으로 몰아가는 모습을 보며 국민은 불안하고 때론 무섭기까지 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이 정부의 선택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당신들이 선택한 정권이니 우리가 가자는 대로 덮어놓고 따라오라'는 식은 용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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