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경찰관이 낸 사고인데도, "치안조무사 일냈다"는 주장 버젓이

    입력 : 2018.01.29 14:50 | 수정 : 2018.01.29 15:03



    16일 오전 2시 23분쯤 서울 노원경찰서 화랑지구대 순찰차 한 대가 노원구 공릉동의 한 가게 매장에 충돌했다. /해당 매장 가게 주인 이재봉씨 제공

    지난 16일 서울 노원구의 한 음식점에 순찰차가 돌진하는 사고가 났다. 서울 노원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23분쯤 순찰차량이 돌연 100여m를 달려, 주차된 차량을 부수고 매장 안으로 돌진했다.


    매장 내로 돌진한 순찰차가 부순 가게 기물들. /해당 매장 가게 주인 이재봉씨 제공

    사고가 난 순찰차에는 노원경찰서 화랑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이 타고 있었다. 현재 경찰은 ‘급발진’과 ‘운전 과실’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이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차량 블랙박스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다. 인적이 한산한 새벽시간대라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조용히 묻힐 뻔했던 ‘단순 교통사고’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당시 사진이 올라오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치안조무사(여성 경찰관을 비하하는 용어)’가 사고 냈다”는 주장이 확산 된 것이다. 게시글에는 “치안조무사가 야간에 운전 연습하다 사고 냈다” “운전자가 여자인지 의심된다”는 댓글이 수십 개 달렸다. ‘운전 못함 - 여성 - 전문성 없음 - 조무사’라는 식이다. 그러나 실제 사고 순찰차 운전자는 경위 계급의 40대 남성이었다.

    일부 남성옹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여성 경찰관들은 ‘업무 전문성이 떨어진다’ ‘현장 업무를 기피한다’”며 여성경찰을 ‘치안 조무사’라고 조롱하고 있다. 이들은 “여경이 강력계 형사 등 거친 업무는 기피하고 편한 보직에만 지원한다”고 주장한다.

    경찰만이 아니다. 군이나 소방에 종사하는 여성들도 ‘국방조무사’ ‘소방조무사’라며 공격 대상이 된다. 지난해 12월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 사건 이후에도 ‘여성 소방관’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화재 진압에 투입된 소방관 중 여성은 없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올해 초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남녀 소방관 순직률’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순직한 소방관들을 기리는 ‘순직소방관추모관’에 여자 소방관은 3명뿐이라고 지적이다. 실제 순직소방관추모관에 이름이 오른 361명 가운데 남성은 357명(98.9%), 여성은 4명(1.1%)이다. 여성 소방관의 신체적 특성이나 현장직을 원해도 배제되는 분위기는 논외인 채 ‘결과적 숫자’만으로 여성을 비하하는 것이다.

    비난에만 그치지 않는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올해에만 ‘여경·여소방관·여군을 폐지해달라’는 내용의 청원 20여건이 올라와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계획’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일반경찰의 여성 비율은 10.8% 수준이다. 지난해 6월에 발표한 소방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소방공무원 4만 5190명 가운데 여성은 약 7%(3273명)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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