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부동산 세제개편 시동…현행 보유세 개혁 vs 국토보유세 신설

입력 2018.01.29 14:24 | 수정 2018.01.29 14:36

여권이 부동산 세제개편의 닻을 올렸다.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개편하는 방안과 종합부동산세를 없애고 국토보유세를 신설하자는 주장이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부동산 보유세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1% 끌어올리기 위해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실거래가반영률을 높이는 안이 현재로선 유력하다.

하지만 종부세를 폐지하는 대신 국토보유세를 신설하자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17일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연간 15조원 정도를 더 걷도록 설계해 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29일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진보 경제학자들은 “현 정권 임기 내에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 공정시장가액비율 100% 상향+실거래가 반영률 70%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부동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보유세제 개편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김 의원이 부동산 세제의 대표적인 전문가로 꼽히는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에게 연구용역을 발주해 나온 결과물을 발표하는 자리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참여한 종부세 과세 법안이 발의된 이후 열린다는 점에서 부동산 보유세 개편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전 교수는 현행 보유세 체계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면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80%에서 100%로 올리고 실거래가반영비율을 현행 60%대에서 70%로 조정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고 밝혔다.

2015년 기준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율은 0.8%로 이를 1%까지 올리려면 부동산 보유세 세수를 약 3조2000억원 늘려야 하는 데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실거래가반양비율을 사장조정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전 교수는 설명했다. 이 경우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한 세액은 2조7000억원이 증가한다. 여기에 지방교육세와 농특세 등 부가세를 고려하면 보유세 총액은 3조1000억원이 늘어난다.

전 교수는 “대선 후반부터 현재까지 줄곧 부동산 보유세 강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문재인 정부는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만 현행 80%에서 100%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재산세는 현행대로 유지되고 종부세만 5000억원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종부세 폐지하고 국토보유세 신설하자”

종부세를 폐지하고 국토보유세를 신설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 교수는 “지방세인 재산세는 현행대로 유지하고, 종부세의 용도별 차등과세를 폐지하는 대신 전국에 있는 토지를 인별로 합산해 과세하는 방식이다”라고 설명했다.

국토보유세 신설 방안은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과 전교수 등 4명이 쓴 ‘부동산과 불평등 그리고 국토보유세’라는 논문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전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소수의 부동산 과다 보유자가 아니라 전체 토지 보유자에게 부과되는 구조로 세수를 지방에 교부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국민에게 균등하게 분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국토보유세의 세수는 모든 국민에게 ‘N분의 1’씩 토지배당으로 분배하며 1인당 연 30만원가량 받게 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국토보유세로 전 국민에게 연 30만원을 내면 국민의 95%는 이미 내는 재산세보다 훨씬 많이 되돌려 받게 된다”며 “손해 보는 이들은 국민의 5% 뿐으로 부동산 투기를 막고 자산 불균형을 보정하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송파구 공인중개사에는 아파트 매매값 가격표가 게시돼 있다. /뉴시스
◆ 진보 경제학자들 “보유세 인상, 지지율 50%대로 내려가면 못 한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진보 경제학자들은 한목소리로 현 정부 임기 내에 부동산 보유세를 올려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지율 50%대가 되면 할 수 있겠나”라며 “그나마 지지율 60%대일 때 10%를 깎아 먹을 생각을 하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선거 앞두고 (보유세 인상을) 살살 하라고 하는 의견이 있는데 턱도 없는 생각이다”라며 “그것만이 등을 돌린 젊은 세대, 소득 창출 세대의 마음을 붙들 수 있는 정책이다”라고 강조했다.

정태인 칼 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은 현 정권이 이른바 ‘종부세 트라우마’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사회수석을 비롯해 청와대에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종부세를 올려서 정권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정 소장은 “2012년에 과격한 학자들이 정책을 잘못 내놔서 대선에서 패배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있는 한 종부세 강화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관료들도 전부 강남에 살기 때문에 될 가능성이 제로”라고 지적했다.

보유세 강화가 세대 간 갈등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현재 2030세대는 앞으로 많은 소득세를 내면서 오랜기간 윗 세대를 부양해야 하지만 은퇴가 임박한 세대는 과거 소득세를 많이 내지 않았으면서도 은퇴 후 복지 혜택은 많이 받는다”면서 “보유세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하 교수는 여권에서 사용하는 ‘토지 공개념’이라는 말은 불필요한 이념 논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진화를 위한 제도 정비 수준으로 논의를 활성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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