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대한민국의 조롱거리가 됐다, 내 직업은 '간호 조무사'

입력 2018.01.29 14:20 | 수정 2018.01.29 23:55

여자경찰을 비하해 ‘치안 조무사’, 여성 소방대원을 ‘소방 조무사’라고 부른다. 여군을 비난할 때는 ‘국방 조무사’라고, 영어 강사가 마음에 안든다고 ‘영어 조무사라고 부른다.

‘간호조무사’를 비하하는 사회분위기./ 그래픽=조숙빈

간호조무사(助務士)는 의료계에 종사하는 직업군 가운데 하나다. 고졸 이상의 학력으로 간호특성화고등학교 등에서 152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고 국가 자격시험(간호조무사 자격증)에 합격해야 한다.
간호사는 간호 학사과정을 마치고 국가고시를 거쳐 의료인 면허를 받는다. 간호사는 의료행위를 하지만, 간호조무사는 환자의 입 · 퇴원 수속 등의 진료 보조 업무를 맡는다.
그러나 실제 병원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구별하는 환자는 많지 않다. 이들의 업무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호조무사를 ‘짝퉁 간호사’라는 식으로 비하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조무사’는 ‘수준 떨어지는 사람’ ‘유사한 일을 하는 사람’ ‘비전문가’ 를 칭하는 의미로 변질됐다.
놀림, 조롱, 비하의 대상이 됐다.
‘조무사 드립’을 인터넷에서 보고, 귀로 듣는 간호조무사들의 심정은 어떨까. 디지털편집국 기동팀이 간호조무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

#전직 간호조무사 임 모(27)씨
“2016년부터 일하다 작년에 (간호)조무사 그만뒀습니다. 깔아보는 시선 때문에요. 인터넷에 ‘OO조무사’라고 빈정거리는 글을 볼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아요. 남자들이 ‘후려치기’한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이 있어요. ‘간호조무사는 클럽 죽순이가 많아서 만나면 안 된다’는 글도 봤어요. 저희는 웃음거리가 될만한 일을 한 적이 없어요. 의료일선에서 힘들지만 자부심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어째서 간호조무사가 비웃음거리, 놀림거리가 되어야 하는지. 자기들이 뭔데 누군가의 직업을 무시하는지 모르겠어요.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가 간호조무사를 무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요. 1년동안 실습하고,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일입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간호사를 사칭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병원에서 간호조무사 도움 안 받아본 사람 몇이나 될까요. 자기 딸이나 어머니가, 가족이 간호조무사라면 이렇게 조롱할 수 있을까요.”

연합뉴스 제공

#5년차 간호조무사 임모(26)씨
“‘공부 못하는 애들이 그거 한다’ ‘대학도 못간 여자애들이 한다’고 깔아보기 때문에 안 좋은 의식이 생긴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을 존중하자는 분위기도 있잖아요. 그런데 간호조무사라면 마음놓고 무시해도 되는 존재가 된 것 같습니다 아픈 환자 돌봐주는 일을 하는 게 제 직업인건데 왜 그렇게까지 하시나요. 인터넷이라 얼굴 안보인다고 더 막말을 하는 것 같아요. 저 혼자서 하루 120명 환자를 맡습니다. 첫 월급이 120만원인데 5년이 지난 지금은 130만원쯤 받습니다. 아픈 환자 돌본다는 자부심이 제게는 있어요. 유독 간호조무사가 비난의 타깃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업무강도가 강한데 월급도 작고, 인식도 안 좋아서 일할 때 더 힘든 측면이 있어요.”

#서울지역 간호조무사 이모(19)씨
“고교 2학년때부터 간호조무사 준비했어요. 고3 되던 해(2017년 9월)에 간호조무사 자격증 땄고, 작년 12월부터 한의원에서 일하고 있어요. 다른 직업에 ‘조무사’라는 표현을 붙여서 비하하는지는 최근에 알았어요.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아요. 누군가가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대학 나와서 자기 직업을 깔아뭉개면 무슨 기분이 들까요. 간호조무사도 직업 중의 하나예요. 이걸 생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많습니다. (간호조무사는 현재 자격증 소지자가 72만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다들 열심히 일하고 계세요. 내 직업이 ‘비하의 대명사’’가 됐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조무사 드립’ 읽는 우리 간호조무사는 기운이 빠집니다. 남의 직업도 존중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전직 간호조무사 정모 (26)씨
“2015년부터 2년간 간호조무사로 일했어요. 저는 맡았던 일이 너무 고되어서 그만둔 경우입니다. 진료실 들어가서 소독해주거나, 환자를 수술실로 옮기는 일을 하는데 대접은 고생한 만큼 못 받는 일이에요. 하루에 환자 100명 정도를 맡는데 일찍 출근해서 청소하고 근무시간에는 항상 서있습니다. 일이 넘쳐서 점심 거르는 것도 다반사예요.
아무리 오래 일해도 전문성 있다고 여겨주지를 않잖아요. 간호사들 아래라는 인식이 강하고, “쟤는 조무사니까 못해”라고 면전에서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요즘에 아마추어나 실수가 많은 사람한테 ‘조무사 드립’이라면서 조롱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간호조무사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저 어수룩한 사람, 못하는 사람 취급하는 거니까요. 단순업무를 해서 무시하는 걸까요. 실제로 일하다 보면 저희들이 해결하는 일도 많아요. 여자들을 다 싸잡아서 ‘조무사’라고 하는 것도 봤습니다.(여경은 ‘치안조무사’ 여소방관은 ‘소방조무사’)

#서울지역 간호조무사 이모(19)씨
“수술실 갈 때 환자 도와주고 쓰레기 정리합니다. 병원 비품을 채우는 것도 다 저희가 하는일 입니다. 무시하니까 기분이 안 좋죠. 저는 앞으로 주5일 나가는 사무직에서 일할 생각이에요.”

간호조무사 직종은 1967년 간호보조원으로 출발해 1987년 현재 명칭으로 변경됐다. 최근 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조무사를 간호실무사로 명칭 변경하는 의료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간호조무사 중 약 30%가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rong>간호 조무사의 25%는 폭력을 경험했다.
19%는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
이들이 법과 제도로 구제 받은 경우는 1% 미만이다.
(2017년 간호조무사 근로조건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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