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성당 종소리… 합덕서 다시 울리다

    입력 : 2018.01.26 03:03 | 수정 : 2018.01.26 06:18

    당진 합덕성당 김성태 神父
    미사·삼종기도 알리던 옛소리 복원… 12개 종으로 이뤄진 종탑 설치
    "'소리의 신앙' 다시 느끼고파"

    [Video C] 충남 당진 합덕성당에 울려퍼지는 종소리 /이태경 기자
    "어느 날 교회 어르신들이 '요즘은 종소리가 사라졌어' 그러시는 거예요. 저 어릴 적엔 성당서 삼종기도 종소리가 나면 세상이 멈춘 듯했지요. 어른들은 농사일 멈추고, 아이들은 놀다가 멈추고는 그 자리에 서서 기도를 올렸고요. 그 '소리의 신앙'을 복원하고 싶었습니다."

    밀레의 명작 '만종(晩鐘)'이 떠오르는 풍경. 지난 24일 충남 당진 합덕성당 김성태(45) 신부가 설명하는 종소리의 영성은 그랬다.

    충남 서해안 이른바 내포(內浦) 지역은 한국 천주교 신앙의 못자리다. 박해 때 무수한 순교자가 나왔고, 지금도 4~5대째 신앙을 대물림한 신자들이 수두룩하다. 그중에서도 당진 합덕성당은 입구에 '충청도 최초의 본당(성당)-1890년'이라는 문구를 내걸 만큼 충청 천주교의 모(母)성당이란 자부심이 강하다. 이 성당 출신 사제만 33명, 수도자는 80여 명에 이른다. 1929년 지은 성당은 붉은 벽돌과 회색 벽돌을 짜맞춰 쌓아올린 아름다운 성당 건물(충남 기념물 제145호)로도 유명하다.

    충남 당진의 아름다운 성당 합덕성당에 설치된 실물 종(鐘) 12개를 설명하는 김성태 신부. 김 신부는 “제작 협의차 프랑스에 갔을 때 밀레의 ‘만종’ 그림을 보면서 합덕 들판에 종이 울리고 신자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떠올렸다”고 했다. 종탑 뒤로 90년 역사의 ‘문화재 성당’이 보인다.
    충남 당진의 아름다운 성당 합덕성당에 설치된 실물 종(鐘) 12개를 설명하는 김성태 신부. 김 신부는 “제작 협의차 프랑스에 갔을 때 밀레의 ‘만종’ 그림을 보면서 합덕 들판에 종이 울리고 신자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떠올렸다”고 했다. 종탑 뒤로 90년 역사의 ‘문화재 성당’이 보인다. /이태경 기자

    이 성당에 지난 연말 새 명물이 등장했다. 성당 마당에 종(鐘) 12개가 설치된 종탑이 들어섰다. 이 종은 매일 오전 6시, 정오, 오후 6시에 한 번씩 주일과 평일 미사 전에 울린다. 야트막한 언덕 위 성당에서 울리는 종소리는 드넓게 펼쳐진 주변 평야를 적신다.

    "우린 종소리가 사라졌다는 사실조차 인식 못 하고 살고 있었다"는 김 신부의 말처럼 언젠가부터 교회와 성당의 종소리는 사라졌다. '시끄럽다'는 민원도 있었고, 종과 건물이 낡은 탓도 있었다. 아날로그 종소리가 사라진 자리는 녹음돼 스피커로 나오는 종소리가 대체했다.

    논산에서 자란 김 신부가 기억하는 종소리는 '공동체의 신호'였다. 소리만 듣고도 미사, 삼종기도 혹은 누가 돌아가셨다는 부음인지 다 구분했다. 김 신부는 '시간의 성전을 복원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비슷한 건물이 많아도 성당은 성스러운 곳이듯 누구에게나 똑같은 24시간이지만 종소리 울리는 기도 시간은 성스러운 시간이라는 뜻이다.

    김 신부가 '종 복원'에 나선 건 2014년까지 8년간 '신리 성지' 담당 신부로 있던 때부터다. 프랑스 출신 서봉세 신부에게 부탁해 프랑스에서 7대째 종을 만들어온 파카르(Paccard)사를 소개받아 3개의 종을 설치했다. 합덕성당으로 임지를 옮기고도 종 복원 작업은 계속됐다. 성당엔 종탑도 있고, 종도 있었지만 너무 오래돼 위험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새 종탑을 세운 건 그 때문이다. "종도 예전에는 줄을 매달아 아래서 당겨 울렸지만 요즘은 전기 장치로 프로그램을 입력하면 정해진 시간에 따라 자동으로 울립니다." 새로 설치된 종 12개는 각각 소리 내는 음(音)이 달라 간단한 성가 연주도 가능하다. 새해 들어선 매일 오후 1~5시 정각 성가를 한 곡씩 연주한다.

    종 설치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된 역사도 있다. 파카르사의 대표가 합덕성당을 찾아온 김에 대전교구 주교좌 대흥동성당의 종을 점검하다 발생한 일. "프랑스 사장님이 갑자기 탄성을 지르는 거예요. 할아버지가 만든 종이라는 거죠. 50년 전 프랑스 신부님들 통해 종으로 맺었던 대전교구와의 인연이 다시 이어진 겁니다."

    다시 울려 퍼진 종소리에 대한 신자들 반응은 어떨까. 김 신부는 "저희 당진 분들이 좋다, 싫다 표현을 잘 안 하세요. 그런데 아직 싫다는 말씀이 안 들려오는 걸 보면 좋아하시는 것 같지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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