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로 그린 흑백풍경… 1930년 '올드 상하이'

조선일보
  • 변희원 기자
    입력 2018.01.26 03:03

    조덕현 개인전 '에픽 상하이'

    '조덕현'은 1914년 경남 합천군 초계면에서 태어났다. 만주로 건너간 뒤 상하이까지 흘러들어 갔다. 인력거를 끌던 그는 조선 출신의 당대 최고 영화배우 김염을 만난다. 1930년대 '올드 상하이'의 영화계에서 일하게 된 그는 전설적 여배우 완링위(阮玲玉)와 가수 저우쉬안(周璇)을 알게 되고, 훙(紅)이라는 매력적인 여자와 어울린다.

    조덕현(61) 이화여대 교수의 개인전 '에픽 상하이'는 '조덕현'이 올드 상하이에서 보낸 한때를 그렸다. 작품 '1935'에는 길에서 말을 타고 영화를 촬영하는 완링위와 서양식 건물에서 이를 내려다보는 김염, 이 모든 광경을 건물 맨 위에서 조망하는 '조덕현'이 있다. 폭 5.8m, 높이 3.9m 종이에 연필로 세밀하게 그려낸 광경은 마치 옛 흑백 사진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흑백 사진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 ‘1935’.
    흑백 사진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 ‘1935’. /PKM갤러리

    올드 상하이를 풍미한 '조덕현'은 작가 조덕현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다. 작가는 상하이 출신 소설가 몐몐(棉棉)과 협업해 조덕현과 훙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서사를 만들었다. 대형 회화에서 사진처럼 보이는 장면은 작가가 여러 사진을 보고 조합해낸 것이다. 그는 "그대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섞어서 사실 이상의 진실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꿈꿈'은 작가의 이런 의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수몰(水沒)되고 있는 상하이에서 2차 대전의 난민과 시리아의 난민, 이탈리아 지진 피해자 등 근현대의 재난,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울부짖거나 몸부림치고 있다. 작가는 "17~18세기의 거대한 역사화의 맥을 이으면서도 다양한 시공간을 압축시키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왜 1930년대 상하이였을까. 작가는 "확 켜졌다 꺼지는 성냥불처럼 올드 상하이도 찬란하다가 사라졌다. 올드 상하이는 우리 삶의 또 다른 풍경이다"고 했다. 2월 20일까지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 (02)734-9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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