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대신 붓 들고 패션쇼 현장 누비죠

조선일보
  • 채민기 기자
    입력 2018.01.26 03:03

    그림 그리는 '패션 파파라치' 일러스트 작가 임수와

    낡은 잡지 책장에 임수와가 그린 인물 스케치.
    낡은 잡지 책장에 임수와가 그린 인물 스케치. /임수와
    이름난 패션쇼나 의상 박람회장 주변엔 어김없이 사진가들이 몰려든다. 한껏 차려입은 참석자들을 찍으려는 사람이다. 미국 작가 스콧 슈먼의 길거리 패션 사진집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뒤로 멋쟁이의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서 흔히 보이는 풍경이다.

    일러스트 작가 임수와(40)는 그 사이에서 그림으로 장르를 개척하는 중이다. 인물을 1~2분 사이에 일필휘지 그려내는 '라이브 페인팅'이 그의 장기. 카메라 대신 화판(畵板)을 둘러멘 모습부터 이채롭다. 작년 패션지 보그 이탈리아판에서 '흥미로운 패션 인스타그램 10개' 중 하나로 그의 인스타그램을 꼽았고 새해 초엔 피렌체 '피티 워모' 초청을 받아 세계 최대 남성복 박람회의 풍경을 그렸다.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임수와는 "사람들이 자기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는 걸 그렇게 좋아할 줄 몰랐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미술을 공부하고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 뉴욕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귀국해서는 패션 드로잉을 가르치고 패션 컬러링북을 펴냈다. 라이브 페인팅을 시작한 건 작년 2월 프랑스 파리 패션위크. "처음엔 그냥 그리다가 점점 용기가 생겨서 모델이 돼 달라고 얘기하게 됐죠. 싫다는 사람 거의 못 봤어요." 그는 "우선 신기해하고, 모델이 된다는 생각에 즐거워하는 것 같다"고 했다.

    화판을 가방처럼 멘 임수와. 움직이면서도 그릴 수 있도록 팔레트와 물통 일체형 화판을 직접 만들었다.
    화판을 가방처럼 멘 임수와. 움직이면서도 그릴 수 있도록 팔레트와 물통 일체형 화판을 직접 만들었다. /고운호 기자

    임수와는 오래된 신문이나 잡지를 도화지 삼아 그린다. 그는 "라이브 페인팅은 새로운 시도지만 물감과 붓은 고전적인 도구"라며 "클래식한 느낌을 주려고 오래된 종이를 쓴다"고 했다. "신문이나 잡지 활자와 이미지가 충돌할 것 같지만 오히려 이미지가 돋보이는 효과가 있죠."

    패션디자이너 비비언 웨스트우드, 한국 모델 수주 등 국내외 인사들을 다양하게 그렸다. 최근 주목하고 있는 모델은 패션지 에디터들이다. "까칠해 보여도 다가가면 의외의 모습이 나와 매력적인 사람들"이란다. 인상 깊었던 사람은 보그의 대기자 해미시 볼스였다. "사진가들에게 친절하지 않은 편이어서 그와 얘기하면서 그림 그리면 주변 사진가들이 놀라요." 볼스는 임수와가 그린 자신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패션 파파라치의 신기원'이라고 소개했다.

    임수와는 최근 서울 작업실을 정리했다. 해외 활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다음 달에도 파리와 밀라노로 그림 그리러 간다. "더 많은 나라와 도시를 돌면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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