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이 강제 해임되자 KBS 노조가 파업 142일 만에 업무 복귀했다. 노조는 그러면서 직군별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인사와 제작, 사업 등 방송사 경영 전반에 개입한다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이 지침의 앞머리는 '적폐 간부들이 진행하는 업무는 전면 거부한다' '적폐 간부의 부당한 지시는 신고한다'였다. 혁명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공공 기관에서 이게 무슨 일인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KBS는 국가 기간 방송사다. 그래서 국민의 시청료를 걷어 운영된다. 그런 곳에서 무슨 폭력 정변(政變)이나 일어난 것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KBS 노조는 앞으로 사내 인사와 프로그램 제작 방향 결정까지 개입할 것이라고 한다. KBS 경영진은 "노조가 회사의 의사 결정 시스템을 완전히 무시하겠다는 것으로, 있을 수 없는 월권"이라고 했다. 방송사 안에서도 "노조가 혁명군인 양 행동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현 경영진도 곧 교체될 것이다.

정부는 노조를 앞세워 고대영 KBS 사장과 김장겸 MBC 사장을 쫓아내면서 공영방송을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과 국정원, 검찰, 방통위까지 총동원됐다. 이인호 KBS 이사장은 지난주 이사장 사퇴를 알리는 이메일에서 "MBC에 이어 KBS도 권력 놀이를 하는 과격한 노조의 자유 무대가 된 셈"이라고 했다. "공영방송이 특정 정치 세력에 장악되면 건전한 공론 조성은 불가능해지고 국민 의식이 편협하고 혼미해지면서 나라가 위태로워지는 현상이 빨라지지 않을까 크게 걱정된다"고도 했다. 이미 노조에 장악된 MBC, SBS에 이어 KBS까지 지상파 방송사 3곳 모두가 사실상 노조가 운영하는 노영(勞營) 방송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