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자리 줄이는 정책 펴놓고 '일자리 안 는다' 장관들 질책

조선일보
입력 2018.01.26 03:20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년 일자리 점검 회의에서 "각 부처가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질책하며 특단 대책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청년 실업 문제의 시급성을 여러 번 강조했는데 각 부처가 그 의지를 공유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일자리 정부'가 되겠다던 당초 약속과 달리 청년 일자리 사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9%로 지난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전체 실업자(102만여 명)와 구직 단념자(48만여 명) 역시 최악이다. 반도체 수출 등에 힘입어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년 만에 3%를 넘었지만 일자리 상황은 20년 전 IMF 외환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헬조선(지옥 같은 한국)'이라 절규하고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퇴행적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2030 세대가 가상 화폐 투자에 매달리는 것도 결국 일자리가 불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새 정부 정책 자체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막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일자리 상황이 이토록 악화된 데는 청와대 주도의 과도한 친(親)노동 정책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급속하게 올리는 바람에 중소·영세업체와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줄이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까지 겹치면서 청년들의 취업 문은 더 좁아졌다.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은 감원 또는 신규 채용 축소 계획이 있다고 한다. 노동자를 위하려는 정책이 오히려 노동자의 일자리를 줄이는 역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양질 일자리를 대량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일 수밖에 없다. 어려운 이론도 아니고 상식이고 사실이다. 기업이 사업을 키우거나 새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일자리가 는다. 정부는 연속되는 반(反)기업 정책으로 오히려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여력을 줄이고 있다. 대기업 법인세를 올리고 탈원전하고 산업용 전기료를 인상키로 했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 노동 개혁은 아예 반대로 간다. 규제 완화 구상을 내놓았지만 기존 산업이나 대기업 규제는 대부분 빠졌다. 이 반(反)기업·반(反)고용 정책을 청와대와 문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다.

모든 선진국이 기업 활동을 활성화하고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을 편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이날 '민간과 시장(市場)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검증된 진리를 "고정관념"이라고 규정하고 "그런 고정관념이 청년 일자리 대책을 가로막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세금을 퍼부어 공무원 더 뽑겠다는 것이 정부의 일자리 대책이다. 최저임금 등 정부 정책의 역효과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그 위험성을 지적했지만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제 '일자리가 안 는다'고 죄 없는 장관들을 질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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