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오는 아베, 미국 입김에 움직였다

입력 2018.01.25 03:04

[美, 평창 참석 강하게 요청… 펜스와 함께 대북제재 공조 나설 듯]

2년 뒤 도쿄 하계올림픽 열려… 한국 협조, 외교 실리도 챙겨
위안부 문제 반발 여론 의식해 "한국에 성실한 이행 요구할 것"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4일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을 결정한 것은 '2020년 도쿄올림픽 협조'와 '미국과의 북핵 공조'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판단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검증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다. 일본 내의 반한(反韓) 여론도 심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가 평창행(行)을 택할 수밖에 없는 '외교적 실리'가 있다는 얘기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아베 총리가 리스크를 무릅쓰고 평창 개막식 참석을 결정했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평창에 참석하면서도 지지층을 의식해 한·일 정상회담 때 위안부 문제 등을 강력하게 제기할 것으로 관측된다.

"도쿄올림픽이 최우선 과제"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절대다수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행동을 납득할 수 없다" (86%), "아베 총리가 한국의 추가 조치 요구를 거부한 걸 지지한다"(83%)고 했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도 당초 평창 방문에 부정적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베가 입장을 선회한 것은 2020년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가 일본의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올림픽이 성공하려면 이웃 나라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일본도 2년 후 도쿄에 응원 올 한국인 관광객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같은 아시아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이 성공하도록 일본도 협력하고자 한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평창올림픽에 참석해서 자국 선수들을 격려하는 한편, 2년 후 열릴 도쿄 하계올림픽에 대한 관심도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아베 평창행 강력히 요구"

미국의 강력한 압박도 아베의 평창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 신문은 이날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백악관으로부터 아베 총리가 (펜스 미 부통령과 함께) 평창에 갔으면 좋겠다는 강한 요청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만 매달리지 않도록 한국 정부에 쐐기를 박고 싶은 입장인데, 그 파트너로 아베 총리를 지명한 모양새"라고 했다. 미국이 한국 정부의 대화 과속을 견제하기 위해 아베 총리의 등을 떠밀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문 대통령에게 '북한이 정책을 바꿔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으로 최대한의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방침은 조금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말하겠다"고 했다. 미국과 연계한 대북 공조 강화가 한국 방문 때 주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일본 정부 내에는 여전히 우리 정부가 남·북 대화를 위해 국제적 제재·압박 공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지난 16일 밴쿠버 회의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은 "우리는 (남북 대화에 나온) 북한의 의도를 너무 순진하게(naive) 받아들이거나, 북한의 매력공세(charm offensive)에 눈이 멀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베 "위안부 문제 강력히 제기할 것"

아베 총리의 방한 결정으로 한·일 관계 개선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베 총리가 일본 내부의 반발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위안부 문제 등에서 강경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날 일본 자민당 의원들은 외무성 실무진들에게 "총리가 평창에 가서 얻는 게 뭐냐" "한국과 국제사회에 '일본이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는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중의원(국회) 대표질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생각을 명확히 전달하고 오겠다. 한국에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해 달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가 관방장관도 "(총리가 평창에 간다고) 위안부 합의를 1㎜라도 움직일 생각은 없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이 그런 말을 하면 '지난 정부의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일관된 입장을 말할 것"이라고 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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