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만든 KBS노조 "적폐 간부의 지시, 신고하라"

    입력 : 2018.01.25 03:04

    [高사장 해임 다음날 업무 복귀… "프로그램 제작도 비대위가 결정"]

    - 비대위 지침
    스스로 최고 의결기구로 규정… 적폐 간부 추진 업무 전면거부

    - 파업 불참 직원들 반발
    "옛 소련의 '직장 소비에트'처럼 노조가 회사 장악하려고 한다"

    - 경영진 "월권행위 엄정 대응"
    "회사 지시 따르지 않는 직원들, 무노동 무임금 적용하겠다"

    '적폐 간부들이 진행하는 업무는 전면 거부한다.''파업 후 프로그램 재개 시기는 비대위가 결정한다.'

    파업을 끝내고 24일 업무에 복귀한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본부가 주요 업무 직군별로 비상대책위원회라는 독자 의사 결정 기구를 만들어 방송 제작과 인사, 신규 사업 등 방송사 경영의 전 분야에 개입하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비대위는 별도 행동 지침까지 만들어 고대영 전(前) 사장 체제에서 임명된 주요 경영진과 간부들인 이른바 '적폐 간부'들의 업무 지시를 거부하고, 부당한 지시에 대해 신고하도록 했다.

    141일간의 파업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들이 24일 오전 여의도 KBS 사옥 로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141일간의 파업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들이 24일 오전 여의도 KBS 사옥 로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고대영 KBS사장의 해임이 확정된 후 노조는 비상대책위를 만들고 조합원 행동지침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KBS 직원들 사이에선 "언론노조가 마치 옛 소련의 '직장 소비에트' 방식으로 내부를 장악하려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KBS 사측은 업무 복귀 이후 회사 지시를 따르지 않는 직원들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엄정하게 적용할 방침이다.

    ◇"비대위가 최고 의결기구… 적폐 간부 신고하라"

    고대영 사장 해임 다음 날 일제히 업무에 복귀한 KBS 언론노조는 직군별로 비대위를 구성해 세부 투쟁 지침을 마련했다. 파업에서 복귀했지만 '투쟁'은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약 2000명인 KBS언론노조 조합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지침은 회사 측 부당한 인사 발령이나 업무 재배치가 있을 경우 비대위에 신고하도록 했다. 또 방송 제작·취재와 관련해 부당한 지시가 있으면 책임자에게 즉각 시정을 요구하고 노조가 참여하는 별도 편성위원회를 구성해 해결하라고 규정했다.

    KBS 언론노조 직군별 지침 주요 내용
    이날 KBS 내부 통신망에는 교양 PD와 경영직 등 주요 직군별 행동 지침 발표가 잇따랐다. 시사교양 PD 직군은 비대위를 자체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파업 종료 후 프로그램 재개 시기도 비대위원과 협의토록 했고, 제작 중인 프로그램 이외 신규 특집이나 기획 프로그램 제작에 응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방송 제작이 꼭 필요한 경우에도 비대위 결정에 따르도록 했다.

    경영 직군에선 적폐 간부에 대한 업무보고를 전면 거부한다고 밝혔다. 또 '적폐 청산과 차별 철폐를 위한 인사제도 개선 비대위'를 별도로 운영하는 한편, 적폐 간부의 부당한 지시는 즉각 신고하도록 했다. 언론노조KBS본부 조합원들은 주로 전 사장 시절 주요 보직에 있었거나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임직원들을 '적폐''부역자'로 규정하고 있다.

    ◇사측, "노조 월권행위 엄정 대응할 것"

    KBS 고위 관계자는 "일부 직종에서 비대위를 최종 의결기구라고 하는 것은 간부들 지시를 받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노조가 회사의 의사 결정 시스템을 완전히 무시하겠다는 뜻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월권행위"라고 말했다.

    KBS 사측은 이날 오후 내부 통신망을 통해 "파업에서 복귀했음에도 일부 부서에선 본연의 취재·제작 등 업무 수행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며 "파업·태업·제작거부 등 정상적 업무 운영을 저해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KBS 직원들 사이에선 과거 파업을 끝내고 복귀했을 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말이 나온다.

    KBS 관계자는 "과거에는 업무 복귀와 함께 파업 기간 불법 행위를 놓고 징계 수위 등을 낮추는 노력을 했는데, 이번엔 사장이 없지 않느냐"면서 "자신들이 사장을 몰아냈다는 인식이 강해 마치 혁명군인 양 더 많은 것을 가져가려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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