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년 만에 세탁기 등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결정해 삼성과 LG 등 국내 업체들이 관세 폭탄을 맞게 됐다. 우리와 중국 등이 WTO에 제소할 방침이어서 무역 마찰은 피할 수 없다. 세계경제를 해치는 트럼프의 행태에 국제사회에서 비난이 쏟아진다. 우리도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누가 뭐라든 미국 기업과 미국인 일자리를 위해 밀고 나가는 트럼프의 모습만은 다시 쳐다보게 된다.

트럼프는 세탁기 세이프가드 발동에 미국 1위 가전업체 월풀의 요구를 거의 100% 수용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 권고도 무시했고, 'FTA 체결 국가는 제외하자'는 견해도 듣지 않았다. 미국 기업의 피해 주장이 없는데도 중국산 알루미늄에 대해 반덤핑 직권조사까지 들어갔다. 이런 일은 26년 만이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송유관·열연 강판 등 수입 철강 제품이 '안보에 미치는 영향' 조사 결과를 트럼프에게 보고했다. 미국 기업들을 위해 억지 논리까지 동원한다. 앞으로 90일 이내에 수입 규제 등의 조치가 내려진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 특허 침해 조사를 한 것도 미국 업체들을 위한 대리전이다. 트럼프는 법인세도 파격적으로 인하해 10년간 1조달러 이상의 기업 세 부담을 덜어줬다.

그러자 최근 애플은 해외 보유 현금 2450억달러를 미국으로 들여오겠다고 발표했다. 향후 5년간 미국에서 2만명을 추가로 고용하고, 3500억달러 경제 효과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다른 기업들도 고용을 늘릴 계획 등을 연이어 발표한다. 트럼프는 작년 2월 트위터에 "생큐, 삼성"이라고 했다. 삼성이 미국 공장 설립을 발표하지도 않은 때였지만 결국 현실이 됐다. 미국의 실업률은 4.1%로 17년 만에 가장 낮고,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45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미국 대통령이 자국 기업 민원 해결사로 나서면 세계경제에 많은 파장을 일으킨다. 그래도 우리 기업을 위해선 누가 저렇게 뛰어주느냐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