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태영호, 올림픽 기간 공개활동 자제해달라"

    입력 : 2018.01.24 03:13

    ["상륙 기동헬기 '마린온' 참수작전 투입 홍보 말라" 국방부, 해병대에 지시]

    軍 F-35A 도입 홍보도 축소… 北 자극 않으려는 조치인 듯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정부가 태영호〈사진〉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등 북한 체제에 비판적인 탈북 인사들에게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공개 활동 자제를 권고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이와 함께 우리 군의 신(新)무기 도입 행사에 대한 홍보도 축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하루 전에 대규모 열병식을 계획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핵·미사일 부대들이 총출동하는 북의 과거 열병식은 군사 도발로 간주돼 왔다.

    복수의 탈북 인사들에 따르면 공안 당국은 태영호 전 공사를 비롯한 유력 탈북 인사들에게 "평창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되도록 언론 인터뷰 등 공개 활동을 자제해달라"는 권고를 했다. 대북 소식통은 "겉으로는 안위를 걱정한다는 명분을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남북 화해 분위기에 재를 뿌리지 말라는 경고로 들렸다"고 했다. 북한은 이 탈북자들에 대해 '인간쓰레기'라고 비난해왔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또 오는 3월 말 미국에서 열리는 우리 공군 차기 전투기 F-35A 1호기의 출고식 행사에 우리 측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려던 계획도 취소됐다. 스텔스 성능이 뛰어난 F-35A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시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우리 군 '킬 체인' 전략의 핵심 자산이다.

    당초 정부는 이 행사에 송영무 국방장관 또는 전제국 방사청장의 영상 축하 메시지를 보내려 했지만 최근 취소했다. 정부 안팎에선 "F-35A 출고 행사가 남북 대화 국면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고려가 작용했다"는 말이 나온다. 국방부는 최근 상륙 기동 헬기 '마린온'을 도입한 해병대 측에도 "북 참수·침투 작전에 투입한다는 식의 홍보를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매년 2월 말 또는 3월 초 시작하던 한·미 연합 키리졸브(KR)·독수리(FE) 훈련도 우리 정부의 요청에 따라 4월로 연기된 상태다. 군 안팎에선 "훈련 규모가 축소되고, 재차 연기 또는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이달 말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제안한 것을 두고 "대북 억지력 유지에 필수적인 연합 훈련이 한국의 정치적 고려로 표류하는 것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메시지"란 말도 나온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휴식차 부산항에 입항하려던 미 핵잠수함 텍사스함이 주일 미군 기지인 사세보(佐世保)항으로 가는 일도 벌어졌다. 우리 측이 '일반인 눈에 잘 안 띄는 진해 기지가 어떠냐'며 부산 입항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에 대해서도 저자세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지난 20일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일부 언론의 과도한 추측성 보도나 비판적 보도에 대해 북측이 때때로 불편한 반응을 강하게 보여왔다"며 우리 언론 탓을 했다. 전날 북측이 '20일 예술단 사전 점검단을 파견하겠다'고 통보했다가 그날 밤 돌연 취소한 데 대해선 아무런 유감 표명도 못 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예술단 사전 점검단을 이끌고 21~22일 한국에 왔을 때는 '과잉 의전' 논란을 자초했다. 21일 현송월을 경호하던 국정원 관계자는 취재진이 몰리자 "(현송월 단장이) 불편해하신다"며 취재진을 제지했다.

    정부가 지난 17일 북한과의 실무 회담에서 '금강산 전야제'와 '마식령 공동 훈련'을 제안한 것은 국제적 논란거리가 됐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금강산은 북한의 달러 박스, 마식령은 김정은의 치적 사업으로 둘 다 안보리 제재 위반 소지가 크다"며 "정부가 김정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 해도 할 말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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