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밀월 금가자… 시청 포위한 '민노총 현수막'

    입력 : 2018.01.24 03:04

    박원순 시장 지지해오던 민노총, 지원금·공무원 징계 등 놓고 갈등
    대화도 성사 안 되자 공개 비난… 노동정책·시장 비판 현수막 설치

    이달 들어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가로수는 '현수막 몸살'을 앓고 있다. 나무마다 2~3개씩 기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23일 현재 내걸린 현수막은 총 32개. 지난달 초만 해도 10여 개였으나 한 달 새 3배 정도 늘었다. 지난달 16일 민노총 서울본부가 시청 앞 서울광장에 '서울시 규탄시위' 집회 신고를 하면서 현수막을 시위 물품으로 신고했다. 이후 현수막은 날마다 늘어나 시청을 둘러싼 모양새가 됐다.

    현수막은 민노총과 산하단체의 주장을 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비정규직 문제 즉각 해결하라' '허울뿐인 노동 존중 서울시' '서울시 부당 노동행위 중단하라' 등 시의 노동정책과 시장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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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수막 천지 된 서울시청 -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가로수에 현수막이 빼곡히 걸려 있다. 대부분 민노총과 산하 단체의 주장을 담았다. 한 달 새 3배 이상 늘어나 시청사를 둘러싸고 있다. /김지호 기자
    '밀월 관계'로 불렸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민노총 사이가 흔들리며 서울시에 대한 민노총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민노총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 시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박 시장은 취임 후 산하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생활임금제 도입 등 친노동계 정책을 폈다. 매년 시의 노동단체 지원 조례에 따라 민노총에 15억~20억원씩 지원금을 편성했다.

    양측의 관계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서울시의 지원 예산이 문제였다. 시는 지난해 민노총 서울본부의 사무실 지원 용도로 예산 34억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민노총은 "2개 층을 증축해야 한다"며 7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100억원까지는 지원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시가 지난해 민노총에 배정했던 노동단체지원금 예산 20억원도 양측 간 갈등 끝에 결국 집행되지 못했다.

    민노총 서울본부 측은 "박 시장이 지속적으로 대화를 기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시의 노동정책 인사가 바뀌어서 민노총에 적대적이 됐다"고도 했다. 민노총은 서울시의 공무원 노조 파업 관련 공무원 징계, 산하 사업장의 임금 차별과 열악한 노동 환경, 통학버스 지원센터 설치 약속 폐기 등을 놓고 지난해 8월부터 박 시장과 대화를 요청했지만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해 11월 민노총은 박 시장을 향해 "정치적 욕구에 눈이 먼 전형적인 정치인"이라며 "말만 번지르르하고 비용과 제도 개선, 실질적 결과 이행을 책임지지 않는다"고 공개 비난에 나서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시청 앞 현수막이 빠르게 늘자 지난달 18일, 이달 5일, 22일 세 번에 걸쳐 관할 구청인 중구청에 현수막 정비를 요청했다. 하지만 중구청 관계자는 "합법적인 시위 물품인 현수막을 강제 철거할 수 없어 신고 없이 설치된 현수막만 확인해 철거하고 있다"고 했다. 현수막은 집회 연장 신고만 하면 계속 걸 수 있다.

    민노총은 앞으로도 삭발식까지 벌이며 강경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민노총 서울본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지난해 9월부터 박원순 시장이 대화를 거부하고, 산적한 현안을 무시했다"며 "2월 2일까지 서울시가 민노총과 전향적으로 대화해 요구 조건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당일 오후 4시 30분에 대규모 집회를 열고 민노총 서울본부 비상대책위원장과 서울일반노조위원장, 셔틀버스노조위원장 3명이 동시에 삭발식을 거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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