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번 회전' 피겨 선수는 왜 비틀거리지 않지?

    입력 : 2018.01.24 03:04

    [평창 D-16] [올림픽, 요건 몰랐죠?] [29] 피겨 선수의 '균형 감각'

    매일 수천번 같은 쪽으로 회전 연습… 몸에 완전히 익었기 때문
    반대쪽으로 돌면 어지럼증 느껴

    일본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안도 미키(은퇴)는 과거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1000번 회전'에 도전한 일이 있다. 특수 장비에 올라타 1000바퀴를 회전한 그는 폭 50㎝, 길이 5m 정도의 다리를 침착하게 걸어 건넜다. 보통 사람이라면 현기증 때문에 서지도 못했을 것이다. 피겨 선수가 경기 중 20~30바퀴를 회전하는 건 흔한 일이다. 그러고도 휘청거리지 않고 다음 동작을 이어간다. 피겨 선수에겐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걸까.

    2014년 국내 피겨 종합선수권에서 스핀 연기를 하는 김연아.
    2014년 국내 피겨 종합선수권에서 스핀 연기를 하는 김연아. 피겨 선수는 수십 바퀴를 돌아도 어지럼증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연습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DB
    인체가 회전하면 균형 감각을 담당하는 세반고리관(전정기관)에 자극이 전달된다. 세반고리관 안엔 림프액이 차 있는데, 몸이 돌면 이 림프액도 함께 움직인다. 회전을 멈춰도 어지러움을 느끼는 건 림프액이 관성에 의해 계속 돌며 뇌에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피겨 선수는 어릴 때부터 하루 수백 번의 스핀·점프 회전을 한다. 안소영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에 따르면 어린 초보자들이 처음 회전 연습을 시작하면 일반인과 똑같이 어지럼증을 느낀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선수마다 편차는 있지만 보통 1년 정도 지나면 감각이 무뎌지기 시작하고, 3년이면 20~30회전을 거뜬히 버틸 수 있다"고 말한다.

    의학적으로도 명확한 답은 없다. 추호석 하나이비인후과 전문의는 "피겨 선수도 회전 후 림프액이 관성에 의해 도는 건 보통 사람과 똑같다. 다만 뇌에 전달되는 신호가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것 같다. 회전 훈련을 반복하면서 신체가 적응을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일반인도 매일 수백 바퀴씩 일명 '코끼리 코' 회전 연습을 한다면 어지럼증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피겨 선수는 보통 한쪽으로 회전한다. 오른손잡이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게 일반적이고, 왼손잡이는 그 반대다. 그렇다면 평소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면 어떻게 될까. 안소영 부회장은 "선수라도 반대쪽으로 몸을 돌리면 현기증을 크게 느끼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역방향 회전에는 적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회전하고 난 후 어지럼증을 줄이기 위해 회전 반대 방향으로 가볍게 머리를 돌리거나 눈을 크게 깜빡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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