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쿠르드 분쟁 격화…美 "터키 이해하지만 자제해야"

    입력 : 2018.01.23 16:08

    터키군의 쿠르드 민병대 공습이 사흘째를 맞았다. 터키군은 지난 20일(현지시각)부터 쿠르드 반군의 거주지로 알려진 시리아 북서부 지역 아프린주(州)에 총공격을 쏟아붓고 있다. 쿠드르군도 반격을 시작하면서 사상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터키의 시리아 공습이 이미 복잡했던 이 지역의 갈등과 긴장 상황을 더 고조시키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각) 전했다.

    이달 20일(현지시각) 터키 국경지역 마을 킬리스에서 바라본 시리아 지역의 모습으로, 검은 연기 기둥이 하늘로 솟아 오르고 있다. 터키군은 이날 시리아 북서부 아프린을 공습, 쿠르드 민병대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겨냥한 ‘올리브가지 작전’을 시작했다./AP연합뉴스
    현재 당사국인 시리아 정부와 인접국인 이란, 이집트 등 중동 국가들은 터키의 공격을 맹비난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구권 국가들은 시리아 지역의 분쟁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양측이 ‘자제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 미국의 쿠르드 반군 지원, 분쟁의 불씨로

    시리아는 지난해까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본거지였다. 당시 미국의 지원을 받은 쿠르드 반군과 러시아가 시리아 땅에서 IS를 격퇴했다. 이후 시리아 북서부 지역의 25%를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 등 쿠르드족이 장악하고 있다. YPG는 미국과 함께 이슬람국가(IS) 격퇴에 나섰던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민주군(SDF)의 주요 세력이다.

    이같은 상황은 터키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터키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쿠르드족은 오래 전부터 독립을 주장해왔다. 이에 터키는 쿠르드족의 세력이 확대되는 것에 민감하다.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각) 요즈가트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자신이 이끄는 집권 '정의개발당'(AKP)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며칠 내'로 시리아 북서부 쿠르드지역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AP연합뉴스
    터키는 이미 자국 내 쿠르드 분리주의 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을 테러조직으로 분류해 탄압하고 있다. 미국도 PKK를 테러조직으로 분류한 상태다. 또 터키는 YPG도 PKK와 밀접하게 연계된 테러조직으로 보고 있다. YPG는 PKK와의 관련성을 부인한 상태다.

    이 가운데 미국의 쿠르드 반군 지원이 분쟁의 불씨가 됐다. 지난 13일 미국이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민주군(SDF)을 주축으로 하는 병력 3만명 규모의 ‘국경보안군’을 창설할 계획임이 전해졌다.

    터키는 곧장 반발했다.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미국이 터키-시리아 국경에 ‘테러 군대’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동맹국인 미국이 터키의 국경에 테러 군대를 만들려고 한다면서 그 군대가 생기기도 전에 질식시키겠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쿠르드 반군 거주지인 시리아 북서부 지역의 아프린과 만비즈를 공격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AP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약 8000~1만명 정도의 YPG 병력이 거주 중이다.

    ◆ 터키군, 쿠르드 반군 소탕 작전 시작…민간인 사상자도 발생

    터키군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올리브 가지’라는 작전명의 쿠르드 반군 소탕작전을 시작했다. 터키군은 전투기 70여대를 동원해 시리아 북서부 아프린주(州)를 수차례 공습했다.

    탱크와 보병을 실은 터키군 트럭들이 이달 21일(현지시각) 시리아 진격을 위해 국경 지역인 킬리스 외곽에 대기하고 있다./AP연합뉴스
    이어 21일에는 국경을 넘어 아프린으로 진격했다. 이날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아프린에 30㎞ 길이의 안전 지대를 구축하겠다고 밝혔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군사 작전이 터키의 안보와 시리아의 영토 보전에 필수라고 강조하며 YPG를 매우 빨리 ‘분쇄하겠다’고 선언했다.

    터키의 군사작전과 시리아의 반격이 이어지면서 사상자도 늘고 있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시리아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올리브가지 작전이 시작된 뒤 쿠르드군 54명, 민간인 24명이 목숨을 잃었고, 터키군도 22명 사망했다”고 밝혔다.

    앞서 쿠르드 매체인 ANHA는 터키군의 공격으로 적어도 17명의 민간인이 사망했고, 터키군은 1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시리아 민간인 사망 사실을 부인하며 “YPG가 말도 안되는 선전과 근거없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터키군이 시리아 북서부 아프린 지역 공습을 시작으로 시리아 내 쿠르드 민병대에 대한 군사작전에 돌입한 가운데, 21일(현지시각) 아프린에서 멀지 않은 터키 중남부 도시 킬리스의 한 건물 유리창이 전날 밤 시리아 쿠르드족 민병대가 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공격으로 깨져 있다./AP연합뉴스
    시리아 당국을 포함한 중동 지역은 터키의 공격을 비난했다. 영국 BBC는 시리아 정부가 터키군의 자국 내 군사작전을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집트와 이란 등 중동 주요 국가들은 터키가 시리아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 쿠르드·터키, 미국 명확한 입장 촉구…미 “터키 타당성 인정…그래도 자제해야”

    사실상 이번 분쟁의 원인을 제공한 미국은 입장이 난처해졌다. 시리아가 공격한 쿠르드 민병대 YPG는 미국이 IS 격퇴를 위해 지원했던 SDF의 주요 세력이다. 아울러 터키는 미국의 오랜 우방국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이다. 양측 모두 미국이 한쪽 편에 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애드리언 랭킨-갤러웨이 미 국방부 대변인은 22일 CNN과 인터뷰를 통해 “터키-시리아 국경의 긴장을 완화하고 IS를 무너뜨리는 작전이 중단되지 않도록 터키 고위층과 긴밀하게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

    영국을 방문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22일(현지시각) 런던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왼쪽)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BBC에 따르면 영국 런던을 방문 중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터키의 시리아 공습을 우려하고 있다”며 “다만, 터키군의 공격은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로 타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터키의 합법적인 안보 우려를 이해하고 있다”며 “미국은 터키와 NATO 동맹국으로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터키의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터키는 군사작전으로 IS를 완전히 격퇴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며 “군사적 행위와 발언을 자제하고, 군사작전의 범위와 기간을 제한하길 바라며, 민간인 사상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시리아 내전을 끝내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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