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진 싱가포르경영대 교수

싱가포르가 외국인 육아도우미를 수입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1960년대 4명을 넘었던 합계출산율이 1977년 1.82명으로 급전직하하자 내놓은 고육책이다. 여성의 육아 부담을 줄여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싱가포르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같은 이웃 동남아 국가에서 젊은 여성을 도우미로 받아들였다. 지금은 싱가포르 전체 122만 가구에 외국인 육아도우미가 23만명에 이를 만큼 보편적이다. 싱가포르의 여성 경제참여율은 60%로 1990년(48%)보다 훨씬 높아져 이제는 한국(52%)을 크게 웃돈다.

싱가포르의 육아도우미 채용 시스템은 싸고, 체계적이고, 믿을 수 있다. 노동 환경이나 조건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보통 월 50만~80만원으로, 한국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육아도우미 채용은 전문 소개업체를 통해 이뤄진다. 시내 번화가인 오차드 거리나 부킷티마에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데, 믿을 만한 업체들만 살아남을 수 있게 정부가 강력하게 규제한다. 육아도우미로 싱가포르에 오는 근로자들은 소개업체에서 철저한 교육과 신원 관리를 거친 뒤 채용된다.

그래도 고용주와 육아도우미 사이에 문제가 발생할 때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다. 가령 도우미가 도벽 등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다. 하지만 정부에 민원을 내면 해결해준다는 믿음이 형성돼 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나도 4년 전 월 70만원에 필리핀 출신 도우미를 구해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다.

10여 년 전 한국에서 맞벌이하며 갓난아이를 키울 때도 부득이 중국동포 육아도우미를 쓴 적이 있었다. 내 월급의 절반가량이 도우미 월급으로 나갔고, 알음알음 소개받다보니 신분 파악도 어려웠다. 명색이 고용주라 해도 일하는 엄마는 육아도우미 앞에서 '수퍼을'일 수밖에 없는데,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가사·육아 도우미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나라도 싱가포르처럼 양성화·체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