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라면서도, 뒤에서 도와줬던 누나" 연예기자가 본 하지원, 전태수 남매

입력 2018.01.22 19:09 | 수정 2018.01.22 19:11

배우 전태수. 그리고 영화배우 하지원(본명 전해림, 40)의 둘도 없는 남동생 전태수.
그가 서른네살이라는 짧디 짧은 나이에 삶을 접었다.

하지원은 자신의 소속사를 통해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싶다’고 알렸다. 연예계 선배, 영화배우 하지원이라는 이름은 뒤로 하고 단지 ‘누나’로서 사랑했던 동생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아쉬움과 야속함이 온전히 전해진다.

세상을 등진 동생 전태수에 대해 ‘영화배우 하지원’은 조심스러웠다. 내성적이며 순한 성격의 전태수가 연예계에 뜻을 둘 무렵에도 “군대 다녀와서 시작해도 늦지 않다”며 발걸음을 붙잡았다. 2004년 무렵 연예인의 병역 문제로 시끄러울 때였던 터라 ‘데뷔’보다 ‘병역의 의무’를 먼저 권했다. 당시 하지원은 기자에게 “군대 다녀오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 않겠냐”며 “누나라서 응원하기 쉽지 않았다”며 속내를 드러낸 적이 있었다.

배우 하지원(왼쪽∙전해림), 동생 고(故) 전태수 /조선DB
그 무렵 하지원은 영화 ‘키다리아저씨’(감독 공정식)를 촬영할 때였고, 훈련소 퇴소나 전경으로 전임되어 충주 중앙경찰학교를 퇴소할 때도 참석하지 못했다. 그런 아쉬움 때문인지 하지원은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의 지방 무대 인사나 행사가 광주에서 열릴 땐 빼놓지 않고 참석했다. 그 이유는 남동생이 광주광역시에서 전경으로 근무했기 때문이다.

당시 하지원의 매니저 A씨는 “동생의 자대 생활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어요. 광주에 내려갈 때는 반드시 동생을 면회했는데 동기나 선임들도 부대 밖으로 불러내 외식을 시켜줬죠.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 누나로서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었죠”라며 동생에 대한 하지원의 마음씀씀이를 전했다.

누나 하지원의 조언대로 동생 전태수는 군 제대를 한 2007년 드라마 ‘키드갱’, ‘사랑하기 좋은 날’, ‘왕과 나’ 등에 연이어 출연했다. 신인 배우가, 아무리 누나가 톱스타라고 해도 한 해 동안 3편의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동생의 군생활 동안 하지원은 남모르게 ‘오디션 기회’를 살뜰하게 챙겨줬다. 톱스타 누나가 드라마 제작 소식이나 오디션 소식을 동생에게 줬다고 뭐라 한다면 야박하기 짝이 없다. ‘군대를 다녀와서…’라는 단서를 달았던 약속을 지키고 싶었던 누나의 약속이었을 게다.

연예인 가족, 연예인 부부는 물론이거니와 연예인 남매는 서로 얼굴을 맞대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눈에 띄지 않게 하지원은 배우의 길을 걷겠다는 남동생 전태수를 아낌없이 지원했다. 하지원은 2007년 영화 ‘1번가의 기적’, 2008년에는 영화 ‘바보’, 2009년 ‘해운대’와 ‘내 사랑 내 곁에’까지 쉼없이 내달릴 때였다. 하지원은 신인배우 전태수가 받아온 대본을 함께 보며 선배로서 대본 분석을 함께 해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하지원 소속사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촬영이 늦게 끝나도 동생 전태수에게 연기 지도를 해줬어요. 또 동생이 연기연습을 할 때 상대역으로 리액션까지 해줬지요. 사실 톱배우가 아무리 동생이지만 연기 리액션까지 해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그만큼 누나로서, 선배로서 동생을 안보이게 챙겼어요”라며 당시 두 남매를 회상했다.

이런 누나의 도움 덕에 동생 전태수는 크게 성공한 ‘성균관 스캔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제야 ‘하지원 남동생’이라는 태그를 뗄 수 있었다. 하지만 2011년 술로 인한 사건(음주폭행)이 크게 알려지면서 드라마에서 하차했고 이후 작품활동을 하지 않았다. 곧 슬럼프에 빠졌고, 공식적인 보도자료에서도 밝히고 있듯 그 무렵 ‘우울’이 자리 잡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때도 누나는 곁에 있었다. 하지원은 속마음을 드러내는 인터뷰에서 ‘평범한 인생’이라든가, ‘평범한 삶’을 자주 이야기한다. 어깨를 짓누르는 ‘연예인이라는 무게’를 표현한 것이다. 동생 역시 그 무게를 짊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데뷔’를 말렸고, 결국 ‘성공’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남모르게 동생을 챙겼다. 힘들어 하던 동생이 만나자고 하면 언제나 달려갔다. 그 슬픔의 깊이를 알 수 없으나, 하지원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다. 좋은 누나였고, 좋은 선배였다고.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