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새해 국정 운영 방침을 밝히는 ‘시정방침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에 불편한 심기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한일 관계보다 중일 관계를 더 중요시하는 것처럼 언급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그동안 매년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고 표현해왔으나, 올해 시정연설에서는 이 표현을 아예 뺐다.

대신, 한·일 관계와 관련해서는 이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면서 “지금까지의 양국 간의 국제 약속, 상호 신뢰의 축적 위에 미래지향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협력관계를 심화시키겠다”고만 짧게 언급했다. 한국 정부에 위안부 합의를 이행할 것을 에둘러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총리가 시정방침 연설 직전 트위터에 올린 본인의 사진.

아베 총리는 취임 초기인 2013년 한국을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기본적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고 했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한 2014년엔 ‘자유와 민주주의’를 생략하더니 2015년엔 ‘기본적 가치와 이익 공유’까지 빼고 그냥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고만 했다. 박근혜 정부와의 위안부 합의 직후인 2016년과 2017년엔 한국이 ‘전략적 이웃’이라는 점을 매년 강조해 왔으나,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합의 후속조치를 발표하자 항의 차원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의도적으로 격하시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반면, 아베 총리는 중국에 대해서는 “올해는 중·일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으로 경제, 문화, 관광, 스포츠 등 다양한 차원의 중일 양 국민의 교류를 비약적으로 강화하겠다”며 “조기에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일본에서 맞이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적절한 시기에 방중하고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되도록 빨리 일본을 방문하게 하겠다”며 “고위급 사이의 왕래를 깊게 해 중일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이날 시정연설을 두고 “아베 총리가 시정 연설에서 한국보다 중국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미국과 경계 태세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오는 3월로 예정된 여당 자민당의 개헌안 국회 제출을 시작으로 개헌 행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