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연락 주셨으면 5만석 새 공연장 지었을텐데" 우리측 말에… 현송월 "하하하, 그러게 말입네다"

조선일보
  • 서울·강릉=안준용 기자
  • 서울·강릉=정성원 기자
  • 통일부 공동취재단
    입력 2018.01.22 03:04

    [평창의 남과 북]

    현송월 동선따라 정상급 경호
    국정원측 "질문 말라" 취재 통제
    시민들 "대통령이라도 행차했나"

    구경나온 시민 "예뻐요" 외치자 현송월, 돌아보며 손 흔들기도
    강릉 5성급 호텔 스위트룸 묵어

    "(현송월 단장이) 불편해하신다. 질문 자꾸 하지 마라."

    21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역에서 국정원 관계자가 취재진을 밀쳐내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 예술단 사전 점검단을 이끌고 내려온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은 이날 서울을 거쳐 강릉 곳곳을 돌아봤다. 하지만 그에 대한 접근은 철저히 통제됐다. 우리 당국은 현송월의 동선(動線)에 경비 인력 총 1000 여명을 투입했다. 주요국 정상급 외빈 방문을 방불케 했다.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21일 방남한 현송월(가운데)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강원도 강릉 황영조체육관을 방문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강릉 황영조체육관 둘러보는 현송월 -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21일 방남한 현송월(가운데)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강원도 강릉 황영조체육관을 방문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현송월은 우리 측 관계자가“너무 갑자기 (연락을) 주시는 바람에 여기를 새로 만들 시간이 없었다”는 등의 아쉬움을 표시하자 소리 내 웃으며“그러게 말입네다”라고 했다. /통일부
    현송월은 오전 8시 57분 일행 6명과 함께 경의선 육로를 통해 남측으로 내려왔다. 오전 10시 23분, 그를 위해 특별 편성된 강릉행 KTX를 타기 위해 경찰 호위를 받으며 서울역 광장에 도착했다. 남색 롱코트와 모피 목도리, 앵클부츠(발목까지 가려지는 구두) 차림이었다. 왼손 약지에 반지를 꼈고, 오른손엔 갈색 핸드백을 들었다. 표정은 다소 굳어 있었지만, 틈틈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인파가 몰리자 경찰은 서울역 일대에만 경비 인력 720여명을 배치했다. 노숙인들도 경찰 요청에 따라 자리를 옮겼다. 시민들 사이에선 "무슨 일이냐. 대통령이라도 행차했느냐"는 말이 나왔다. 이동 중 취재진이 방남 일정을 돌연 연기한 사유 등을 물었지만, 현송월은 묵묵부답이었다.

    현송월이 탄 열차는 오전 10시 50분 서울을 출발해 오후 12시 46분 강릉역에 도착했다. 500명 넘는 인파가 몰린 가운데 일부 시민은 박수를 치며 "예뻐요"라고 외쳤다. 현송월은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최성일 강릉시 올림픽대회 추진단장은 "현 단장이 '강릉시민들이 따뜻한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강릉 시민 함승호(66)씨는 "설악산이 다 죽어가는데 금강산 전야제가 웬 말이냐"고 했다. 이금옥(51)씨는 "북한에 올림픽이 좌지우지되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북한 예술단 점검단이 21일 숙박한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북한 예술단 점검단이 21일 숙박한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 /고운호 기자
    현송월 일행은 대형 버스 두 대에 나눠 탄 채 강릉 경포해변 씨마크호텔에서 한식 코스 요리로 점심을 먹었다. 이어 공연장 후보지인 황영조기념체육관과 강릉아트센터를 찾았다.

    현송월은 황영조체육관을 7분 남짓 둘러보며 이날 공개 석상에선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북한 점검단이 "(규모가 작아) 실망스럽다"고 하자 우리 측 관계자는 "미리 연락 주셨으면 여기에 5만 석 규모로 만들 수 있었는데 갑자기 연락 주시는 바람에 새로 만들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이에 현송월이 "그럼 여기 체육관 측에서도 더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라며 "하하하" 소리 내 웃었다. 이어 우리 관계자가 "그럼 여기 체육관 하나 더 생길 뻔했다"고 하자 현송월은 "그러게 말입네다"라고도 했다.

    그는 유력한 공연장 후보지인 강릉아트센터는 두 시간 넘게 둘러봤다. 이후 오후 6시 25분쯤 숙소인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에 도착해 휴식을 취했다. 현송월은 5성급인 이 호텔의 19층 스위트룸에 묵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태극기를 들고 "한반도기·동시입장 반대"를 외치기도 했다.

    현송월 일행은 강릉에서 하룻밤을 묵고 22일 서울로 향한다. 서울 공연장 후보지로 꼽히는 예술의전당이나 남산 국립극장, 고척스카이돔, 세종문화회관 등 가운데 1~2곳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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