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 유해 이장 놓고… 쪼개진 통영

입력 2018.01.22 03:04

[통영市 '베를린 윤氏 묘소' 본격 이장 추진한다는데]

3월 통영음악제 맞춰 추진 목표
윤氏 수십번 방북 김일성 찬양… 오길남 가족 월북권유 전력 논란
지역 문화계는 찬반 갈려 시끌 "잘된 일" "北 찬양행적 외면"

경남 통영시가 통영 출신으로 독일 베를린에 안장된 작곡가 윤이상씨의 유해 이장을 추진하면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통영시는 "최근 윤씨의 묘소 이장을 요청하는 공문을 베를린시에 보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며 "묘소 이장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통영시는 이에 앞서 지난달 초 우리 외교부와 베를린시에 "베를린 스판다우의 가토우 공원묘지에 조성된 윤 선생의 묘소 이장에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윤씨의 아내 이수자(91)씨의 서한문과 함께 보냈다. 통영시는 베를린시로부터 공식 승인 공문이 오면 이장 절차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오는 3월 개최되는 통영국제음악제에 맞춰 유해를 가져오는 것이 목표다. 통영시는 현 통영국제음악당 주변에 유해를 안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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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김정숙 여사가 독일 베를린에 안장된 작곡가 윤이상씨의 묘소를 찾아 통영에서 옮겨 심은 동백나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통영시 측은 "통영이 세계적 음악도시로 발돋움할 토대가 될 것으로 보고 윤이상 유해 이장에 나섰다"고 밝혔다. 통영시는 지난해 7월 베를린 윤씨 묘소 옆에 옮겨 심었던 통영 동백나무도 다시 뽑아 옮겨올 계획이다. 베를린의 통영 동백나무는 당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윤씨 묘소를 참배하기에 앞서 대통령 전용기로 공수됐다. 당시에도 "윤이상의 명예가 회복됐다"는 의견과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은 윤씨를 정부가 복권해준 것 같다"는 논란이 있었다. 통영시 관계자는 "앞으로 청와대와 협의를 거쳐 동백나무도 옮겨올 것"이라고 밝혔다.

작곡가 윤이상의 생전 모습.
작곡가 윤이상의 생전 모습. 아래 사진은 윤이상(왼쪽)씨가 북한에서 김일성 당시 북한 주석과 함께 찍은 사진. 평양에 있는‘윤이상 음악연구소’에서 이 사진을 전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DB
윤이상은 1966년 독일의 도나우싱엔 현대음악제에서 발표한 대편성 관현악곡 '예악'이 "동서양 음악의 전통과 첨단이 결합됐다"는 평가를 받으며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이듬해인 1967년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년간 복역하고 풀려났다. 이후 베를린으로 돌아가 1995년 사망했다. 윤씨는 수십 차례 북한을 오가며 김일성을 향해 '우리 력사상 최대의 령도자' '주석님의 뜻을 더욱 칭송'이라고 했다. 독일 유학생 오길남씨는 "윤씨가 우리 가족의 월북(越北)을 권유했다"고 했다. 오씨는 북으로 갔다가 탈북했으나 그의 아내는 정치범 수용소를 전전하다 사망했다. 두 딸은 행방불명됐다.

윤씨에 대한 복권 움직임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본격화됐다. 통영시는 동백나무 공수에 이어 지난해 11월 설립 7년 된 도천테마파크를 '윤이상기념관'으로 개칭했다. 김동진 통영시장은 당시 축사에서 "윤이상 살리기를 시정 주제로 정하는 바람에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국정원 사찰을 받았고 고난에 처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윤씨 유해 이장에 대해 일부 지역 문화계에선 "늦게나마 잘된 일"이라고 반색하고 있다. 반면 윤씨의 행적과 이념을 비판하는 지역 정서도 만만치 않다. 조일청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통영시협의회 회장은 "아무리 대음악가라도 북한을 찬양하고 월북을 고무한 반국가적 행위를 한 행적을 외면하고 너무 한 방향으로만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이상기념관 개칭을 주도한 배윤주(더불어민주당) 통영시의원은 "통영시가 단독으로 깜짝 이벤트를 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과를 제시해 시민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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