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1.22 03:04 | 수정 2018.01.22 14:03

성큼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지난 2008년 방한했을 때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 남긴 말이다.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 교육만 제자리걸음이다. 20년 내에 우리가 아는 직업의 50%가량이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가 계속되지만, 여전히 '명문대 진학' 중심의 교육이 바뀌지 않고 있다. 20년 후 사회에 나갈 우리 아이는 AI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아이가 살아남으려면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Getty Images Bank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
SW 교육, 외국어처럼 일찍 가르쳐 숙달되게 해야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

김진형(68)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은 “AI 발달로 단순한 일자리는 대부분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16년 세계 AI 전문가 35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2024년 언어 번역 ▲2026년 고교 에세이 작성 ▲2027년 트럭 운전 등 업무에서 AI가 인간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2049년엔 베스트셀러 소설 집필, 2053년엔 외과의사도 AI가 더 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정 직업이 없어진다기보다는 AI가 업무 일부를 대신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봐야 해요. 예를 들어 변호사의 경우, 재판 관련 자료 등을 수집하는 업무는 AI가 대신할 수 있죠. 그러면 변호사 10명이 하던 일을 2명이 할 수도 있어요.”

이런 시대엔 AI를 잘 활용해 업무 능력을 향상하는 게 중요하다. 김 원장은 “AI가 처리해 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얼마나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가 앞으로 사회에서의 생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아야 한다. 올해부터 소프트웨어 의무교육이 도입되지만, 초등 17시간·중등 34시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영국에선 소프트웨어를 수학과 같은 비중으로 가르친다”며 “소프트웨어 교육은 외국어 교육처럼 일찍 시작해 숙달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 교육의 ‘기본’은 호기심에 둬야 합니다. 호기심은 ‘토끼풀은 토끼가 먹는 풀일까?’ 같은 낮은 수준에서 ‘AI는 어떻게 사람처럼 생각하지?’ 같은 높은 수준으로 발달해요. 낮은 수준의 호기심을 경험하지 않은 아이는 결코 높은 수준의 호기심을 가질 수가 없어요. 방법을 외우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게 하는 교육으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재미와 호기심을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문석현 데이터경영연구소장
문석현 데이터경영연구소장
기업가 정신 필요… 뭐든 직접 만들어볼 기회 줘라

문석현 데이터경영연구소장

AI 시대에도 영원할 직업은 뭘까. 문석현(40) 데이터경영연구소장은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사람에게 시간을 만들어주는 일’, 다른 하나는 ‘그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게 하는 일’이다. “요즘 ‘자율주행차’가 미래 신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죠. 자율주행차는 사람을 운전에서 해방시켜 ‘시간’을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운전하지 않고 차로 이동하는 시간에 사람은 무엇인가를 하게 될 거예요. 사람이 재미있거나 유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 ‘무엇’을 만들어 내는 사람(또는 기업)이 부를 창출할 겁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미래 사업으로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죠. 전자(前者)엔 ‘기술 발달’이 중요하겠지만, 후자(後者)는 그렇지 않아요. 혁신이 반드시 ‘기술’에서만 오는 건 아니라는 얘깁니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찾아내고 이를 제공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해요.”

문 소장은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겐 ‘문제 발견력’과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예컨대 생활 속에서 뭔가 불편한 게 있을 때 ‘~하는 도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아이디어를 떠올리고(문제 발견력), 그 도구를 어떻게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지(기업가 정신)를 생각하는 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선 앞으로 전공에 상관 없이 누구에게나 ‘공학적 시각’이 필요하고,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식도 필수다. 문 소장은 “전문가 수준으로 공부할 필요는 없지만,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정도를 구분하는 수준의 지식은 필요하다”며 “간단한 것이라도 아이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창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교육을 꾸준히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건표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이건표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미래 핵심 역량은 문제 발견력… 시야 넓은 인재 '각광' 받아

이건표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옛날에는 ‘쥐덫을 만들어라’하는 과제를 받으면 ‘어떻게 만들어야 쥐를 잘 잡을까’에 초점을 두고 일했습니다. 그러나 미래엔 ‘왜 쥐덫을 제작해야 하는가’ ‘쥐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효율적으로 없앨 방법은 없을까’를 되묻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이건표(62)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지난 2010년부터 2년간 LG전자 디자인 부사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25년을 학교에 있다 산업 현장으로 나가니 비로소 교육의 문제점이 보였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는데, 대학 교육은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고 했다. “‘누가 물건을 더 예쁘게 만드느냐’는 별 의미가 없었어요. 중요한 건 ‘기술과 기술을 결합해 소비자에게 차별화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가’였어요. 여러 분야를 연결해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참신한 해결책을 찾는 사람이 필요해진 거죠.”

이 교수는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역량으로 문제 발견력을 꼽았다. 이 교수는 “하나의 사물을 다른 각도로 해석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인재가 각광받는다”고 했다. 과거 화두가 ‘주어진 문제를 어떻게(how) 풀까’였다면, 지금은 ‘무엇(what)을 왜(why) 해야 하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그는 “학생들을 보면 우려스러울 때가 있다”고 했다. 우등생일수록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이 교수는 처방전으로 여행을 제시했다. “여행, 특히 해외여행을 가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을 부정당하는 순간에 자주 부딪칩니다. 법규부터 식재료까지도요.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당연한 것은 없다’ ‘답은 여러 개 있다’는 태도를 가질 수 있습니다.”

류태호 美 버지니아주립대 평생교육대학 교육공학 교수
류태호 美 버지니아주립대 평생교육대학 교육공학 교수
가정부터 바뀌어야… 밥상머리 토론 시작하라

류태호 美 버지니아주립대 평생교육대학 교육공학 교수

“4차 산업혁명은 AI, 로봇,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사물 인터넷(IoT), 3D 프린팅 등 다양한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의 지위와 역량을 강화하는 일종의 ‘사람 중심의 산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대엔 고도화된 기술을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융·복합형 인재가 필요해요. 복합적 문제 해결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인적 자원 관리 능력, 인지적 능력 등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야 합니다.”

류태호(42)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평생교육대학 교육공학 교수는 이러한 미래형 인재를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 ▲토론 ▲인성 ▲인문학 교육을 꼽았다. “토론 교육은 앞으로 로봇과 공존하는 생활 속에서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줍니다. 인성·인문학 교육은 사회성을 길러주고,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삶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그는 이런 교육이 가정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의 교육정책을 바꾸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각 가정의 변화는 당장 오늘이라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정 내에서 간단한 주제로 부모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논리력과 사고력, 인성까지 키워줄 수 있습니다. 예컨대 가족이 모이는 식사시간에 어느 한 가지의 주제를 두고 의견을 나누는 일명 ‘밥상머리 토론’을 진행하는 것이죠. 가정의 작은 변화가 자녀 미래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이강윤 가천인공지능기술원 왓슨칼리지 추진단장
이강윤 가천인공지능기술원 왓슨칼리지 추진단장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 열려… AI 활용 능력 길러야

이강윤 가천인공지능기술원 왓슨칼리지 추진단장

이강윤(56) 가천인공지능기술원 왓슨칼리지 추진단장(컴퓨터공학과 교수)은 한국IBM 왓슨사업본부장을 역임하고, 가천길병원에 국내 최초로 의료 AI ‘왓슨’ 도입을 주도한 AI 전문가다. 이 단장은 “AI 기술 자체보다는 AI를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와 우리 삶을 바꿀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 가장 빠르게 AI 도입이 확산하고 있는 의료·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이미 이런 변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AI를 이용한 질병 예방 프로그램이나 원격 진료 등이 진행되면, 경우에 따라 병원에 가지 않고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에 따라 의사의 역할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이 단장은 “앞으로 인공지능을 가르치고 판단하는 법을 알게 하는 것도 의사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의료를 혁신하는 의사가 필요해진다는 얘기다.

이 단장은 앞으로 AI가 쓰이지 않을 분야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초등학교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시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단장은 “같은 일을 반복하는 직업이 가장 먼저 사라질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소프트웨어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주고, 무언가를 창의적으로 설계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량 생산 중심 시대엔 하드웨어적 사고가 모든 비즈니스를 이끌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개인 맞춤형의 다품종 소량 생산이 주도하는 사회가 될 겁니다. 상대방(소비자)이 가진 문제를 이해하고 그에 맞춰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탄력적이고 유연한 소프트웨어적 사고가 필요해요.”

홍성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성장정책연구본부장
홍성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성장정책연구본부장
고용 형태 '프리랜서'로 변화… 끊임없는 학습 자세 지녀야

홍성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성장정책연구본부장

홍성민(51)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혁신성장정책연구본부장에 따르면 앞으로는 기업이 필요할 때마다 특정 역량을 가진 사람을 찾아 일을 맡긴 뒤 최종 취합하는 업무 방식이 보편화할 확률이 높다. 취업 개념이 달라지는 것이다. 홍 본부장은 “대부분 사람이 어느 회사에도 소속되지 않은 프리랜서 또는 자영업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런 세상에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과 새로운 지식을 배우려는 태도가 필수다. 자기만의 핵심 역량을 기업에 팔기 위해선 끊임없이 학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소통력도 중요하다. 사람·로봇과 소통해 하나의 결과물을 만드는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순 업무는 AI에 맡기고, 사람은 종합적 문제 해결력과 문제 발견력을 길러야 한다고도 했다.

홍 본부장은 “학습 목표와 교육 방식을 다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은 4차 산업혁명에 적응하기 어려운 대표적 국가다. 지금까지 지식 암기로 점철된 교육을 했던 탓이다. AI의 주특기인 암기와 분석 외에 다른 역량을 키워야 한다. 홍 본부장이 추천한 교육은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다양한 상황을 주고 팀 단위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 모델이다. 요즘 다수 대학이 도입하고 있다. 문제는 PBL을 표방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해당 기업에 최적화한 실무 훈련(OJT)에 가깝게 진행된다는 점. 홍 본부장은 “이 경우 자칫하면 학생이 기존 연구에 소모돼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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