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 탄 KTX 같이 타보니>현송월은 8호칸에, 7호칸부터 분위기 삼엄

입력 2018.01.21 12:11 | 수정 2018.01.21 16:39

21일 오전 10시 50분, 현송월을 포함한 북측 사전점검단 7명이 탑승한 KTX 4071편 열차가 출발했다.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객차 바깥에서 수십 발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지만, 객차 안은 고요했다. 승객들도 차분한 분위기였다. 한 승객이 “이 열차에 대통령이라도 탄 것이냐”라고 물었다. 북한 사전점검단이 4071편 열차에 올라탄 것을 모르는 눈치였다.

KTX서울역에 배치된 일선 경찰들은 얼굴이 굳어있었다. 한 경찰관계자가 “제발 빨리 좀 (강릉으로) 가라”고 중얼거리는 게 들렸다. 다른 경찰들의 심정도 비슷할 것이다. 서울역 관계자 얘기다. “20일에 안 온다고 돌연 취소되더니, 또 갑작스럽게 일정이 준비되어서 오늘 아침부터 급하게 준비했어요. (기자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가 정신이 없습니다.”

현송월이 탑승한 KTX 4071편 열차. 이 열차는 7호실 부터 경찰이 배치돼 출입을 통제했다. /최문혁 기자

플랫폼을 빠져나가자 바깥의 소란함마저 잦아들었다. 대부분 승객은 창 밖을 내다보거나 눈을 붙였다. 취재진들만 일어서서 어디론가 분주히 전화를 걸고 있었다. 현송월 등 북측 사전점검단이 앉은 곳은 8호차. KTX 4071편 열차는 모두 10량인데, 양끝의 기관차를 제외하면 8호차가 꼬리 칸이다.

기자는 1호차에 탔다. 여기서 2호차, 3호차, 4호차, 5호차, 6호차까지 걸었다. 7호차에 접어들자 노란 조끼를 입은 경찰 2명이 팔을 들어 막아 세웠다. “여기서부터는 통제구역입니다. 그 누구도 들여보낼 수 없습니다.”

현송월 등을 경호하기 위해 꼬리칸을 통으로 막은 것이다. 일반 승객들은 7호차-8호차 사이 공간부터 승객들이 진입할 수 없었다. 저 앞에 경찰이 보이는 6호차에 탑승한 최재호(59)씨는”열차가 통제되다 보니 불편한 점도 있다”면서 “그래도 북한 대표로 왔다니까 이 정도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KTX 4071편 열차에 탑승한 승객 대부분은 “출발부터 요란한데 현송월이가 탄 줄은 몰랐다”고 했다. 정홍섭(63)씨는 스마트폰으로 북한 사전점검단의 도착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기자가 “바로 이 열차가 (현송월이 탄)그 기차”라고 알려주자, “개인적인 볼 일을 보러 강릉에 가게 돼 북측 사전점검단이 열차에 타는지 전혀 몰랐다. 어쩌면 지금이 역사의 현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KTX 4071편 열차 구조

승무원들은 도착시간까지 ‘비상’이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승무원 이 모씨는 “정말 정신이 없다”며 “북측 대표단이 열차에 탑승하는 건 평생 처음”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남자 승무원은 “현송월도 중요하지만, 우리 고객들에 혹시 피해가 갈까 봐 승무원 입장에서 너무나도 조심스럽다”고 했다.

서울에서 출발한 열차는 오전 11시 9분 첫 정거장인 청량리에 정차했다. 이 역에서 탑승한 브렛 와그너(59)씨는 “캐나다에서 왔는데,아이스하키 단일팀 등 남한과 북한이 올림픽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팀 새러 머리(Sarah Murray) 감독도 캐나다인이다.

이윽고 11시 58분 만종역(원주)에 닿았다. 열차는 진부역(평창)을 거쳐 12시 45분 강릉에 도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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