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창올림픽은 어디로 가고 있나

조선일보
입력 2018.01.20 03:19

국제봅슬레이경기연맹이 남북 봅슬레이 4인승 팀을 꾸려 올림픽 전에 테스트 주행 합동 훈련을 추진한다고 한다. 한국 봅슬레이계는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현재로서는 우리 정부가 제안한 것 같지도 않다. 평창올림픽에서 남북 바람이 불자 IOC에 이어 각 연맹들까지 한 건 하는 식으로 끼어들려는 듯하다. 북에는 봅슬레이 선수가 한 명도 없다. 이 종목 첫 메달을 꿈꾸며 '은둔 훈련'을 해온 우리 팀엔 날벼락이다. 시속 140㎞로 질주하는 봅슬레이에서 훈련 한 번 해보지 않은 선수가 끼어들어 사고라도 나면 이들의 꿈은 그날로 끝이다.

정부가 남북회담을 통해 금강산 올림픽 전야제 등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강원도 평창 주민들은 "우리가 20년 동안 피땀 흘려 유치했는데 금강산 행사가 뭐냐"고 어이없어 했다. 한 강릉 시민은 "올림픽 개최지는 평양이 아니라 평창"이라고 했다. 체육계 관계자는 "선수들이 정치 뉴스에 이렇게 신경을 곤두세우며 민감해하는 건 처음 본다"고 했다. "올림픽에서 본질인 스포츠와 선수는 사라지고 남북이란 단어만 쏟아진다"고 했다.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인터넷에선 "위안부 합의를 피해자와 소통 없이 했다고 비판한 정부가 아이스하키 피해자들과는 무슨 소통을 했느냐"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김정은은 유엔 대북 제재가 구체적으로 효과를 내려는 단계에서 평창올림픽 참가로 한국부터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개성공단길과 금강산 관광길을 이용하는 것, 금강산 문화 행사 등이 모두 이 포석이다. 남북이 공동 훈련하기로 한 마식령 스키장은 유엔 제재를 위반한 사치품과 장비들이 널려 있는 곳이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여러 차례 이 스키장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래도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금강산 남북 합동 문화 행사에는 문화·종교·시민단체 인사들을 대규모로 참여시키려 하고 있다. 문화부는 한 술 더 떠 19일 업무보고에서 올해 아시안게임을 포함, 국제 대회에서 추가로 남북 공동 입장과 공동 응원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통일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평창올림픽 이후 북한 입장 변화가 어느 선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했다. '북이 핵 미사일 포기 의사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도 했다. 북이 평창에 오는 이유는 핵을 지키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20년간 노력해 유치한 평창 올림픽이 북의 전략에 이용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사설] '최저임금' 현장에서 쏟아진 냉랭한 반응들
[사설] 지금이 병력 12만명 감축 시작할 때인가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