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쏟아낸 靑春의 좌절과 열망

    입력 : 2018.01.20 03:02

    곽덕준 '살을 에는 듯한 시선'展
    20대 투병하며 그린 작품 선봬

    불안에 떠는 눈(目), 호기심 가득한 눈, 슬픔이 어린 눈, 놀라 치켜뜬 눈….

    마흔 개의 눈이 그림 밖을 향해 있다. 재일작가 곽덕준(81)의 '살을 에는 듯한 시선'(1968)엔 한 번에 세기 어려울 만큼 많은 눈과 눈알이 그려져 있다. 개인전 '1960년대 회화-살을 에는 듯한 시선'을 위해 한국에 온 작가는 "눈 없이 세상을 볼 수 있습니까.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으로서의 눈입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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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결핵 투병 중이던 20대에 그린‘위선자의 미소 667’(1967). 그 옆에 선 재일 화가 곽덕준. /갤러리 현대
    일제 강점기 때 일본에 건너간 부모에게서 태어난 곽덕준은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따라 일본 국적이 박탈된다. '이방인'이 된 그는 언제나 정체성의 문제를 작품에 투영했다. 지금은 한국 국적을 갖고 교토에서 살고 있다. 2003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올해의 작가전'을 계기로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1964년부터 5년간 그린 회화 20점과 소묘 34점을 선보인다. 23세 때 결핵을 앓은 뒤 폐 한쪽을 잘라낸 곽덕준은 3년간 투병 생활을 했다. 이번 그림은 그 시기에 그린 것이다. 작가는 합판 위에 석고와 호분으로 두꺼운 요철을 만들어 색을 칠하고, 본드로 코팅한 후 못으로 선을 긁어내 도자기의 질감을 살렸다. "큰 수술 후 체력적 한계 때문에 그림 그리는 것 말고는 다른 일을 할 수 없었습니다. 모든 에너지를 작품으로 쏟아냈죠. 투병 생활이 없었다면 어떤 인생을 살고 있었을까요?"

    눈이 유독 많이 그려진 그의 작품은 인체의 단면이나 세포처럼 보인다. 육체적 고통을 겪었던 청년의 좌절과 열망이 어른거린다. 1965~66년 사이에 그린 작품은 흰색과 파란색이 주종을 이룬 반면 1967년부터는 노란색, 빨간색을 적극 사용했다. 기괴한 건 매한가지지만, 어둡고 차분한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 그는 "1967년부터 건강을 되찾으면서 강렬하고 화사한 색을 쓰게 됐다"고 했다.

    1970년대부터 작가는 사진, 행위, 영상 작업을 하며 회화와 결별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나오는 미국 대통령 얼굴의 반을 거울로 가리고 나머지 부분을 자신의 얼굴이 비치게 해 사진으로 제작한 '포드와 곽', '클린턴과 곽' 등의 대통령 시리즈로 유명해졌다. 그는 "다음 작품은 '트럼프와 곽'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교토 국립근대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2월 18일까지 서울 삼청동 갤러리현대. (02)228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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