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삼겹살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삼겹살이 호흡기 건강에 효과가 있다는 ‘속설’탓이다.
실제 소셜커머스(공동구매) 업계에서 삼겹살 판매량이 대폭 늘었다.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에 따르면 13~17일 삼겹살 판매량은 전월(12월 13~17일) 대비 20.5% 늘었다. 다른 업체 ‘티몬’에서도 같은 기간 삼겹살 매출이 41% 늘었다. 직장인 곽병권(28)씨는 “미세먼지가 많을 때 삼겹살을 먹으면 기름이 먼지를 씻어내서 좋다고 들었다”며 “어제 미세먼지 경보를 듣고, 친구들과의 모임은 일부러 삼겹살집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삼겹살이 미세먼지 씻어낸다? “과학적 근거 없어”
19일 취재팀이 찾은 서울 시내 정육점·삼겹살집들도 “최근 미세먼지 사태로 인한 풍선효과로 매출이 늘었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엄한호(56)씨는 “지난주는 삼겹살 150kg을 팔았는데, 미세먼지가 심해진 이번주 들어 220kg 넘게 팔았다”고 했고, 동작구 노량진동 삼겹살집 종업원 김모(28)씨도 “미세먼지가 심했던 지난 15~17일 3일간 삼겹살 판매량이 평소보다 1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면 가구당 삼겹살 구매량이 18~65g 증가한다는 농촌진흥청 통계도 있다.
과연 삼겹살을 먹으면 미세먼지가 씻기는 효과가 있을까. 이영은 원광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근거가 없는 속설일 뿐”라고 말했다. 그는 “입자가 작아 폐로 바로 들어가는 미세먼지를 식도로 내려가는 삼겹살 기름기가 씻어준다는 것은 비과학적인 말”이라면서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 등이 풍부한 돼지고기가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되지만, 먼지를 씻어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에 얽힌 속설...뭐가 맞고 뭐가 틀리나
미세먼지에 얽힌 다른 속설들도 많다. 가장 큰 오해는 “창문을 열고 환기하지 말라”는 것. 이 역시 거짓이다. 이현준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과장 사무관은 “미세먼지 걱정된다고 창문을 꼭 닫고 여러 날 열지 않으면 오히려 실내 공기질이 나빠질 수 있다”면서 “실시간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한 다음, 상대적으로 농도가 낮을 때 하루 3번, 30분 이상은 환기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킁킁거리며 입을 벌리는 강아지가 사람보다 미세먼지에 더 약하다는 말은 어떨까. 이 또한 근거없는 얘기다. 윤병국 청담우리동물병원장은 “개나 사람이나 숨이 드나드는 통로(기도·氣道)가 유사하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특별히 강아지에 나쁘게 작용하지는 않는다”면서 “그러나 ‘사람 만큼’ 강아지에게 해롭기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가 강한 날 산책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식물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춘다는 이야기는 사실이다. 식물들이 기공(氣孔)을 통해 공기와 미세먼지를 함께 빨아들이는 까닭이다. 종류에 따라서는 잎사귀 표면의 끈적끈적한 왁스층에 미세먼지가 달라붙어 농도를 낮추기도 한다. 김광진 농촌진흥원 연구원은 “모든 식물이 어느 정도 미세먼지를 낮추지만, 특히 아이비, 보스톤 고사리, 벵갈고무나무 등이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반 가정 집에선 1평(3.3㎡)당 30cm~1m짜리 화분 1개를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6평짜리 거실에는 1m 이상의 식물 4개를 두면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볼 수 있다.
삼겹살이 아니라면 따로 미세먼지에 좋은 음식이 있을까. 여기에는 전문가 의견이 갈린다. 환경부는 미세먼지에 좋은 식음료로 ‘물’을 추천하고 있다. 기관지의 건조함을 막는 효과가 있어 항(抗)미세먼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몸 속의 중금속을 흡착, 배출시키는 녹황색 채소를 추천하기도 한다.
김민정 건강증진개발원 건강실천팀장은 “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로, 건강을 위해선 암을 예방하는 항산화 기능이 듬뿍 들어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며 “당근과 브로콜리, 매생이, 파래, 사과(껍질째)처럼 색깔이 진한 채소나 과일이 좋다”고 말했다.
반면 권훈정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미세먼지는 호흡기에서 들어가서 흡수되지 않고 달라붙는 것”이라며 “(소화기로 내려가는) 먹는 것과 어떠한 연관도 없다”고 했다. 미세먼지에 좋다는 음식은전반적으로 면역을 올린다는 일반적인 의미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