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하다"는 7세 꼬마에게 요한 바오로 2세가 한 말은

    입력 : 2018.01.19 03:02

    바티칸 기자가 쓴 요한바오로 2세… 비서·주치의 등 22명 인터뷰 묶어

    노년의 성(聖) 요한 바오로 2세. 주변 사람들은 그를 ‘경청(傾聽)하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노년의 성(聖) 요한 바오로 2세. 주변 사람들은 그를 ‘경청(傾聽)하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블룸버그

    폴란드 여학생 반다 푸타브스카는 1941년부터 4년간 '7709번'으로 살았다.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다 나치에 체포돼 수용소 생활을 했다. 그곳에서 신생아가 소각로에 던져지는 것을 목격했고, 자신은 나치의 생체 실험용 '토끼'가 됐다. 전쟁이 끝나고 목숨은 건졌지만 누가 이름을 물으면 '7709번'이 튀어나왔다. 의학을 공부하고 가정을 꾸렸지만 피폐한 심신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그때 카롤 보이티와(요한 바오로 2세) 신부를 만났다. 고해성사 후 그녀는 말했다. "지금도 그때 느꼈던 평화와 위로의 감정을 생생하게 기억해요. 수많은 사람의 몰이해, 그들과의 다툼 후에 마침내 저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게 됐으니까요."

    고준석 신부가 번역 출간한 '나의 삶을 바꾼 사람, 요한 바오로 2세'(가톨릭출판사)는 22명의 증언으로 맞춰보는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 퍼즐이다. 폴란드 출신의 바티칸 전문기자 브워지미에시 레지오흐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비롯해 비서, 주치의, 전속 사진사까지 다양한 인물들을 인터뷰해 책을 엮었다.

    반다의 증언처럼 모든 사람이 입 모아 말하는 교황의 모습은 '숨 쉬듯 기도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을 걱정하는 경청의 힘'이었다. 이런 일화도 있다. 한 평신도와 저녁식사 할 때 신도의 일곱 살 아들이 심심해서 칭얼댔다. 그러자 교황은 "너를 초대하고 재미있게 해 주질 못했구나" 사과하고서 식사가 끝날 때까지 아이와 장난치며 놀아줬다.

    27년 재위 기간 내내 겸손, 소탈, 사랑을 실천한 교황도 노화와 질병으로 인한 고통은 피해갈 수 없었다. 주치의는 연명 치료를 거부한 교황이 마지막으로 속삭인 "제가 주님께 가도록 놔두십시오"란 말을 예수의 말인 "다 이루어졌다"로 받아들였다. 교황청 '명대변인'호아킨 나바로 발스는 '교황이 그립냐'는 질문에 "아니다. 살아계실 땐 매일 1~2시간 이야기를 나눴지만 이젠 그분과 매일 24시간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에게 휴식을 권했을 때 일화를 소개한다. 교황의 답은 "저는 하늘나라에서 쉴 수 있습니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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