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외로움 담당' 장관

    입력 : 2018.01.19 03:16

    외로움이 치매 발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본 연구 중에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네덜란드 정신건강연구소 보고서다. 노인 다섯 명 중 한 명이 지금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들의 13.4%가 3년 뒤 치매에 걸렸다. 외롭지 않다고 답한 사람은 5.7%만 치매가 왔다. 중요한 것은 외로움을 '느낀다'고 말한 노인이 사별이나 별거 등으로 '실제 외로운' 노인보다 치매 걸린 비율이 더 높았다는 점이다.

    ▶일본 남성 넷 중 하나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 초고령 사회인지라 결혼해도 사별과 이혼으로 혼자 사는 이가 많다. 이에 일본을 '단신(單身)' 사회라 부른다. 무연고 고독사가 쏟아지고, '외로움 비즈니스'가 번성한다. 안부 전화 걸어주는 기업이 성업하고, 유품 정리 회사가 인기다. 애완견이 노인 수만큼 있고, 홀몸 노인이 모여 사는 '노인 홈(Home)' 분양 광고가 신문을 도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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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메이 총리가 엊그제 국민 외로움을 담당할 장관을 새로 임명했다고 한다. 영국은 적십자사 조사로 인구 6500만명 중 900만명이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노인 360만명은 TV를 가장 친한 '동반자'라고 꼽았다. 17~25세 젊은 학생들도 절반 가까이 외로움 때문에 상담 서비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외로움은 하루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같고, 비만보다 위험하다. 이 정도면 담당 장관이 필요하지 싶다.

    ▶'국민 엄마'인 배우 김혜자는 드라마에서 툭하면 혼잣말을 했다. 양촌리 김 회장댁이었을 때도, 대발이 엄마였을 때도 늘 작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구시렁거렸다. 아무도 관심 가져 주지 않는 걱정과 밖으로 가려진 고독을 혼자만의 중얼거림으로 표현했다. 외로움 안에는 데시벨 낮은 아우성과 넋두리가 감춰져 있다. 이런 혼잣말을 없애는 간단한 치료법은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이다. 서로 말을 나눠야 외로움이 희석된다.

    ▶외로움은 현대사회의 새로운 전염병이다. 우리도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곧 고독 사회를 맞는다. 지금의 복지 제도와 생활 양태는 가족과 결혼을 전제로 했다. 이제 개인 위주 생활이란 걸 염두에 둬야 한다. 모여서 지내게 하고, 어울리게 하는 삶을 만들어 가야 한다. 나이 들어 외로움이 커지는 것은 상실이 많아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움직임이 떨어진 탓도 크다. 다리 힘이 외로움 척도다. 운동으로 단련해 끝까지 쏘다녀야 국민도 개인도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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