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팀·마식령·금강산… 정부 '작년 각본'대로 굴러간다

    입력 : 2018.01.18 03:03 | 수정 : 2018.01.18 10:36

    [남북 평창회담]

    文대통령 5대 구상 반영… 우리가 먼저 제안해 북측이 수용

    개회식 공동입장·北응원단 참여… 정부 구상 대부분 합의문에 포함
    북핵·미사일 위협 변함 없어 "안보상황과 어긋난 구상" 지적도
    "선수 3명 합류" 우리 요청에… 북한 "6명 보내겠다" 역제안

    정부의 평화올림픽 기본 구상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을 참가시키고 마식령 스키장에서 남북이 공동 훈련을 진행한다는 17일 남북 대표단의 합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정부의 구상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개회식 공동 입장, 공동 응원단 구성,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개막 전(前) 금강산 남북 합동 문화행사 역시 우리가 준비한 카드였다. 정부는 이날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이 같은 내용을 먼저 제안했고 북한은 대부분 받아들였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평창 구상'을 여러 차례 밝혀왔고, 문재인 정부는 작년 5월 출범 이후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 공유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는 이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만들었다는 'VIP(대통령) 평창 동계올림픽 5대 구상'이라는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북한 선수단이 참가할 수 있도록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협의 ▲북한 선수단과 임원, 금강산 육로로 대회 참가 ▲북한 동계 스포츠 인프라 활용 방안 논의 ▲북한 응원단이 원산항에서 출발해 속초항으로 입항 ▲금강산 온정각과 그 일대에서 올림픽 전야제 개최 노력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통일부가 함께 공개한 '평화 올림픽 기본 구상' 문건 내용 대부분이 이날 남북 합의문에 포함됐다. 8개 항목으로 이뤄진 기본 구상에는 ▲남북 선수단 개회식 공동 입장 ▲남북 공동 응원단 구성 ▲북측 선수단 및 응원단의 육로 및 해로 입국 지원 ▲북측에 사전 훈련지 제공 및 공동 훈련 ▲북측 마식령 스키장 이용 ▲올림픽 개막식 전야제 금강산 개최 ▲북한 응원단 및 예술단 참여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으로 이뤄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통령의 평창올림픽 5대 구상과 정부의 평화 올림픽 8대 구상에 기초해 우리가 먼저 제안했다"고 했다. 통일부 백태현 대변인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해 "평화 올림픽 구상의 일부분"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강원도에서 "북한의 금강산호텔이나 마식령 스키장 등을 숙소나 훈련 시설로 활용하고 금강산에서 동시 전야제를 하면 세계적인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했었다.

    문 대통령은 작년 대선 때는 물론 취임 이후에도 다양한 내용의 '평창 구상'을 밝혀 왔다. 문 대통령은 작년 4월 강원도에서 "북한 선수단이 참여하고 남북이 공동 응원단을 구성하겠다"고 했고, 작년 12월 경강선 시승식 행사에서는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바란다"고 했다.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도 평창올림픽을 남북대화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뜻을 여러 번 밝혔다.

    그런데 북한은 문 대통령 집권 이후 6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거듭하며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시켜왔다. 현재 북은 핵보유국 지위 인정과 한·미 훈련 중단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평창 구상'이 현 안보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안보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예정된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데 이게 북한 비핵화 대화와 연결되지 않는다면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문제와 관련, 당초 우리 측이 23인 엔트리에 '북한 선수 3명 합류' 안(案)을 제시하자 북측이 '선수들이 부상을 입을 수 있으니 배수(倍數)인 6명이 필요하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 선수단 참가 종목과 규모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협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어 이날 합의 발표에는 빠졌다. 전날 세라 머리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님 감독이 '북한 선수 2~3명 정도면 괜찮다'고 하고 남북 단일팀 반대 여론도 거세지는 상황에서 남북이 어떤 잠정 결론을 내렸는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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