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식 리프트 설치된 마식령, 훈련장으로 쓰기도 힘든데…

    입력 : 2018.01.18 03:03 | 수정 : 2018.01.18 07:01

    [남북 평창회담]

    남북 공동훈련… 정부가 김정은 '치적상품' 국제 홍보해주는 셈

    北외화벌이 목표로 2013년 개장… 구형 리프트 뜯어와 재활용說
    사고 잦아 여러번 영업 중단도

    통일부 "대표 아닌 유망주 파견"
    스키계 "최고수준 국내시설 놔두고 마식령 가서 뭘 얻어오겠나"

    남북은 17일 열린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남북 스키 선수들의 공동훈련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마식령 스키장'은 북한이 대표적인 '김정은 치적물'로 내세우는 시설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돈줄이 막힌 북한은 마식령 스키장을 새로운 외화벌이 창구로 이용하겠다는 의도를 밝혀왔다. 이번 합의를 두고 "평창올림픽을 마식령 스키장의 '국제 홍보 무대'로 만들어 주는 꼴이 될 수 있다"(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마식령 스키장을 훈련장으로 쓰는 것도 문제다. 우리가 스키장 이용료를 지불하면 북한에 대한 벌크 캐시(대량 현금) 이전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 소지도 크다.

    ◇'외화벌이 창구'로 이용하려는 북

    북한 강원도 원산시에 있는 마식령 스키장의 면적은 약 1400만㎡(약 420만평)이고, 폭 40~120m 길이의 슬로프 10개(초급·중급)가 있다. 스키장 안에는 8층, 객실 250개 규모의 호텔을 갖추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듬해인 2013년 3월 마식령 스키장 공사를 개시했고, 그해 말 완공·개장했다. 2014년 1월 미국 프로농구 선수 출신인 데니스 로드먼이 마식령을 방문했고, 일본 프로레슬러 출신 안토니오 이노키 참의원도 이곳에 초청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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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 들고… 마식령서 '나홀로 리프트' - 북한 노동신문이 2014년 1월 1일자 2면 전면에 게재한 마식령 스키장 전경 사진(작은 사진). 이 신문은 2013년 12월 31일자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마식령 스키장 완공식에 참석해 한 손에 담배를 든 채 리프트를 타는 사진을 실었다. /노동신문
    김정은은 직접 건설 현장을 찾아 빠른 공사를 독려했고, 개장식에도 참석해 스키리프트를 직접 타보기도 했다. 그러나 공사 기일을 맞추는 데 급급해 시설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당초 스위스에서 750만달러 상당의 리프트를 구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북제재로 수입을 못 하자 1970~80년대 백두산 삼지연 근처 스키장에서 사용하던 리프트를 뜯어 마식령 스키장에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은 "사고로 여러 번 영업이 중지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정은 정권은 마식령 스키장을 중심으로 레저관광 사업을 촉진함으로써 새로운 외화벌이 창구를 만들려고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 주재 외국인들을 초청해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러시아 등 일부 방문객들을 제외하고 거의 이용객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마식령의 입장료와 리프트 스키 장비 대여료를 합한 하루 이용료는 34달러, 호텔 이용료는 이보다 최고 10배 가까이 비싸다"며 "일부 특권층을 제외하면 꿈도 꿀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마식령은 훈련장으로는 최악"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이날 "마식령 스키장에서의 공동훈련이 우리 국가대표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우리 스키협회에서 역량이 있는 그런 선수들을 중심으로 파견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선발대는 (마식령 인근)원산 갈마비행장도 방문해 공항 이용 가능 여부를 점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스키계에선 대표선수가 아닌 누구를 보내더라도 마식령 스키장에서의 훈련에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현재 해외에서 훈련,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한국 스키 대표팀은 1월 말~2월 초 사이에 귀국한 후 국내에서 막바지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들은 마식령 공동훈련과는 관계가 없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는 "국내 스키 시설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아무리 훈련이고 대표선수가 아니라지만 국제 기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낙후 시설에 가서 뭘 얻어 오겠느냐. 선수 입장에선 이만큼 황당한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스키 수준과 현실은 열악하다. 북한은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대회에서 최미옥(대회전·회전), 김철룡(대회전)이 알파인 스키에 나선 이후 26년째 스키 종목 올림픽 출전 선수가 한 명도 없다. 2017-2018 시즌 월드컵 출전 선수 147명(남자 기준) 중엔 북한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장웅 북한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은 지난해 9월 페루 리마에서 열린 IOC 총회 때 "스키에선 알파인 종목 북한 선수의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하다"고 한 적도 있다.

    반면 한국 알파인 스키 간판 정동현(30)은 지난 7일 열린 월드컵에서 27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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