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이 내게 준 선물… 근육, 투지, 그리고 꿈

입력 2018.01.18 03:04

[패럴림픽 D-50]

장애인 스노보드 선수 박항승
특수교사직 버리고 올림픽 위해 하루 9시간씩 헬스장서 구슬땀
"시상대에 반드시 서겠다" 집념

무게 120㎏인 바벨을 짊어지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오른 무릎 아래엔 의족을 착용한 상태였다. 오른팔이 없어 왼손으로만 샤프트(쇠막대)를 잡았다.

"하나만 더, 더 할 수 있다!" 한국 장애인 스노보드 대표선수 박항승(31)은 15일 오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 있는 체육관에서 자신에게 주문을 걸 듯 이렇게 소리쳤다. 그는 총 75번 스쿼트 훈련을 마치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았다. 티셔츠는 땀에 젖어 후줄근해졌고, 왼쪽 허벅지엔 선명한 근육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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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승이 스쿼트 운동을 하는 모습(왼쪽). 바벨의 무게와 싸우느라 얼굴은 일그러졌지만 영광의 순간을 꿈꾸며 지옥 훈련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스노보드를 탈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오른쪽). /장련성 객원기자
박항승은 50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 스노보드 메달을 꿈꾸고 있다. 2014년 소치패럴림픽 때 시범 종목이었던 스노보드는 이번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스노보드 종목은 다양한 지형지물 코스를 타고 내려오는 스노보드 크로스와 기문 코스를 회전하며 내려오는 뱅크드 슬라롬으로 나뉜다. 박항승의 주 종목은 뱅크드 슬라롬. 지난해 9월 장애인 스노보드 월드컵(뉴질랜드)서 4위를 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김상용 대표팀 감독은 "컨디션을 더 끌어올리고, 안방의 이점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메달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박항승은 네 살 때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로 오른팔과 오른 다리를 잃었다. 1급 지체장애를 안고 일반 초·중·고교를 다닌 그는 자신의 장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움츠러들곤 했다. 체육 수업 시간에 교사가 "장애가 있으니 쉬어도 좋다"라고 '배려'를 할 때마다 더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결국 목포의 한 고등학교 1학년을 다니다 자퇴했다. 이후 검정고시로 우석대 특수교육과에 진학했다.

운동과 거리가 멀었던 박항승이 선수로 변신한 데는 아내 권주리(31)씨 영향이 컸다. 스노보드광이었던 아내는 2012년 겨울 남편에게 '정말 재밌으니 한번 타보라'고 권유했다. 반신반의하며 보드에 올라선 그는 넘어지기만 했다. 한쪽 다리가 의족이라 중심을 잡기가 더 어려웠다. 오기가 생긴 박승항은 틈만 나면 스키장을 찾아 연습에 몰두했다. 2014년 소치패럴림픽 스노보드 경기를 보면서 '나도 선수들처럼 못할 게 뭐냐'라고 생각했다. 그해 9월 직업이었던 장애인 특수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스노보드에 전념했고, 2015년 대표선수가 됐다. 생계는 교사로 일하면서 모아뒀던 돈과 하루 6만원인 국가대표 훈련수당을 모아 꾸렸다. 평창패럴림픽이 끝나면 새로 직장을 알아볼 계획이라고 한다.

박항승은 작년 1월부터 하루 8~9시간씩 체력훈련에 땀을 흘렸다. 몸을 만들려고 매일 윗몸일으키기 300번을 했고, 벤치에 누워 60㎏짜리 바벨을 수십번씩 들어올렸다. 1여년이 지난 지금 그는 현재 의족을 착용한 오른쪽 다리로 레그프레스(하체 운동기구의 일종) 80kg을 가뿐히 소화한다. 예전엔 10kg밖에 들지 못했던 오른쪽 허벅지에 근육이 붙었다. 키 173㎝인 그의 몸무게(73㎏)는 예전과 비슷한데, 체지방이 빠지고 근육이 붙어 단단해졌다. 스노보드를 탈 때 균형 잡기도 편하다고 한다.

하지만 하루 3시간가량 스노보드 연습을 마치고 나서 의족을 벗으면 무릎 부위 피부에 피가 배어난다. "스노보드를 탈 때마다 의족과 닿는 무릎이 쓸려 아프죠. 하지만 패럴림픽을 위해선 뭔들 못하겠습니까. '장애인이 할 수 없는 건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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